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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민주주의다

입력
2025.01.23 18:10
수정
2025.01.23 18:14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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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지지율에 담긴 민심 반전
흑묘백묘로 과연 만회될지 의문
지지자들 전략적 고민 깊어질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비상계엄 사태 한 달여 만에 빚어진 지지율 하락을 민주당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여론조사 검증 특위를 가동하고, 보수 응답자 과표집 등 깎아내리기 급급한 게 그렇다. 민주주의 완숙기에 들고나온 반헌법적 계엄선포, “총, 도끼 동원한 의원 끌어내기”를 운운한 윤석열 대통령의 충격적 발언에 비춰 여야 지지율 역전이나 대통령 탄핵 반대 상승 추세는 상식 밖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체포나 구속 이후 보수 결집 영향도 적지 않겠지만, 추세로 볼 때 정국을 주도한 민주당이 숙고해야 할 중도층 이반이자 민심 반전이다. 이를 두드러지게 하는 건 이재명 대표 지지율이다. 30%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20%대까지 내려간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이나 이 대표 스스로 선뜻 납득하기 어렵기도 할 것이다. 신뢰를 주기에 주저하고, 회의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계엄 이후 독주가 예상된 이 대표의 지지율 정체나 하락은 벚꽃 조기 대선까지 점쳐지는 지금 국가 지도자 자격을 묻는 지표나 다름없으니 민주당의 조급증은 위기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비상계엄은 오랜 기간 가꿔왔다고 자부해온 우리 민주주의의 허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윤 대통령의 망상이나, 소위 ‘통치행위’라는 편리한 법 적용과 법 만능주의, 야당에 대한 극단적 반감 등 무엇에 기인했든 우리 정치권력 구조에서 권력자의 그릇된 판단과 품성, 독재 본능이 얼마든지 민주주의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점이 현실적으로 입증됐다.

그러니 차기 대선이 조기 실현될 경우 민주주의 회복은 섬찟한 위기를 경험한 유권자 표심을 파고들 화두나 시대정신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과문한지 몰라도 이 대표가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라고 부르는 걸 본 적이 없다. 민주주의나 그 가치에 대한 그의 언급은 대개 윤 대통령의 독선과 일방통행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주로 언급했을 뿐이다.

사실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이 대표의 정치보복 주장이나 사법절차 지연 행위, 무수한 탄핵 남용도 정치권력 간의 작용과 반작용, 야당의 견제기능으로 어느 정도 이해된 면이 있다. 이제 권력의 한 축이 자멸한 지금 그의 지지율은 민주적인 지도자 자격을 냉정하게 뜯어본 국민의 평가가 적잖이 작용했을 터이다.

‘비명 횡사’라는 조어를 남긴 민주당의 4·13 총선 공천은 이 대표와 친명계의 패권적 행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대표적인 이재명 비판자였던 박용진 전 의원은 온갖 불리한 규정 적용에 탈락한 뒤 “민주당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이라며 울분을 삼켰다. 민주당 역사에서 보기 드문 숙청과 정적 제거가 있었음에도 이 대표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윤 대통령의 독선과 실정에 신물이 난 결과물이지 유권자가 그걸 용인한 걸로 보면 오판이다. 그러니 호조건의 정치환경과 차기 대선을 앞두고 고전하는 이 대표나 민주당 지지를 놓고 민주정당의 정통성 약화,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 포용성 실종에 대한 우려가 비명계 대표주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건 자연스럽다. 두 달여 전 이 대표의 선거법 1심 실형이 나오자 “비명계가 움직이면 내가 죽인다”고 했던 데서 이젠 “내부총질, 자폭 행위 말라”며 비명계 단속에 나서는 게 지금의 민주당이다. 이재명 체제의 패권적 행태는 안팎으로 여전하다.

조기 대선 행보에 나선 이 대표는 흑묘백묘나 실용주의, 현실주의를 표방하고 나섰다. 이를 폄하할 건 아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간 보여온 '다수결의 일방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자로서의 면모라고 본다. 그간 많은 약점을 노출한 그나 민주당이 얼마나 포장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그러니 선택의 시간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지지자들의 전략적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전통의 민주당이 이재명당은 아니니까 말이다.

정진황 논설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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