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막한 다보스포럼의 주제는 '지능형 시대를 위한 협력'이다. 말 그대로 인공지능(AI) 시대에 세계 각국이 협력을 모색하는 자리다. 내용이 궁금해 참석 중인 기업 대표와 통화했다. 그는 시작부터 한숨을 쉬었다. 각국 정상과 정치인, 관료, 기업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AI 시대에 달라지는 일자리와 교육 문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논의하는 그 자리에 한국은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을 알리는 한국관조차 없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한국은 완전히 소외됐다. 이런 식이면 디지털 강국이었던 우리나라는 AI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발표한 스타게이트 계획도 이런 걱정을 더하게 만든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합작해 설립하는 스타게이트는 5,000억 달러(약 718조 원)를 들여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세운다. 직접 AI를 개발하는 회사가 아닌 데이터센터 회사를 세우는 이유는 AI 시대에 제일 중요한 것이 안정적인 컴퓨팅 파워 때문이다. AI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AI 반도체부터 데이터 학습에 필요한 서버, 전력 공급망이 탄탄하게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포괄한 것이 AI 데이터센터다. 결국 데이터센터의 패권을 쥔 곳이 AI 시대를 주도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AI 데이터센터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철도와 같다. 걸작 서부영화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를 만든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은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쓴 대본에서 철도를 세계로 확장하는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봤다. 스타게이트는 미국의 AI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AI 기술력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철도 역할을 한다.
철저한 기업가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스타게이트 회장을 맡아 자본을 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손 회장을 통해 스타게이트의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본은 AI 개발에서 미국에 뒤처졌지만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각종 장비와 부품,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하며 인력 교류를 통해 미국이 주도하려는 AI 패권에 편승할 수 있다.
우리는 어떨까. 스타게이트 계획 발표 후 대화한 AI 업체 대표는 국내 AI 업체들의 한국 이탈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낙수 효과가 아닌 더 큰 가능성을 찾아 미국으로 떠나는 스타게이트의 흡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우리나라도 AI 기업 육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빨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결정해 경제에 짐이 되는 정치적 혼란을 마무리 짓고 자체 AI 데이터센터를 지으면서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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