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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에 묻기 전에 생각했나요?

입력
2025.02.0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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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불법 계엄과 탄핵이라는 혼란스러운 시간을 견디는 한국에서 또 한 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플랫폼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2030 남성으로 분석된 '계엄 지지 잡단'이 오프라인에서 폭력을 쏟아내자 기성 권력은 충격에 빠진 채 원인을 찾아 나섰고, 온라인에서 '2030 남성 커뮤니티'와 '극우 인플루언서'를 (n번째로) 발견했다.

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는 2030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극우 네트워크의 주축으로 지목되는 인플루언서 가운데 상당수는 '극우화한 종교 집단'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외려 '아스팔트 우파'의 논리가 온라인에 역류한 셈이다. 음모론과 허위 정보의 공격 대상도 개인의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다양하다. "주장이 있다면 검증해 봐야 한다"는 식으로 정치인들이 음모론 '1보 옆'까지만 가며 지지자 눈도장 찍기에 열을 올리는 모습은 계엄 사태 이전에도 볼 수 있었다. 언론조차 허위 정보의 확성기 역할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관심 경제' 생태계의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부인할 수 없다. 온라인 공간은 유독하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 맥락을 잃고 분절된 정보가 미칠 듯한 속도로 확산하며 사실보다 편견을 강화한다. 새로이 등장한 생성형 인공지능(AI)조차 '좀 더 편해진 맞춤형 알고리즘'일 뿐이다. 사실을 따지기보다 이용자의 구미에 맞추고자 하는 '마법의 인턴' 같은 태도가 '환각 현상'의 불안을 낳는다.

서구에선 '바람직한 비효율성'을 제안한다. '10대의 SNS'인 인스타그램은 '청소년 계정'을 도입해 이용 시간 제한 가능성까지 열었다. 여러 플랫폼이 '팩트체크'를 넣고 비속어와 자극적 이미지의 확산은 줄였다. 인터넷과 SNS를 겪은 정책 결정권자들과 업계의 전문가들이 AI에는 '안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는 표현의 자유 제한의 우려를 낳는 양날의 검이다. 더구나 결국 이용자의 선호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미 누구나 SNS의 '추천' 탭을 무시하거나 알고리즘을 끌 수 있음에도, '내 맘에 꼭 맞는' 정보가 쏟아지는 것을 거부하는 이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든다"고 했던 미래학자 니컬러스 카는 최근 펴낸 책에서 "기술의 사용을 제한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한탄했다. 그래서 결국 우리 자신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당연히 말하긴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얘기임에도 다른 방도가 없는 것이 이 시대다. 다음 자동 추천 영상을 보기 전에, 챗봇에게 질문을 던져 '내가 원하는 답'을 받아내기 전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와 우리가 이 혼란스럽고 유독한 세상을 원하는지.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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