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나토 가입 시도로 전쟁” 두둔
그린란드 등 팽창 욕심… 세력권 인정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려진 러시아 전통 인형 마트료시카가 13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선물 상점에 진열돼 있다. 모스크바=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발발해 근 3년간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게 명분이다. 하지만 유럽 열강들이 앞다퉈 식민지 영토 확장에 나섰던 19세기 제국주의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G8서 러시아 퇴출은 실수"
트럼프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관련 대통령 각서에 서명한 뒤, 러시아 옹호 발언을 쏟아냈다. 주요 8개국(G8) 회의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문제 삼아 러시아를 퇴출시킨 데 대해 “실수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약 러시아가 G8에 남아 있었다면 우크라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뿐이 아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트럼프는 “푸틴이 취임하기 훨씬 전 이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허용할 수 없다고 했다. 나는 그게 전쟁 시작의 원인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어 “나는 (종전 협상을) 그런 관점에서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화 제스처의 구실은 자신의 종전 구상이다. 트럼프는 전날 우크라이나에 알리지 않고 푸틴과 90분간 통화한 뒤 종전 협상을 즉각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밝혔다. 그는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고 썼다.
그러나 당장 ‘러시아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협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트럼프가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을 우회해 러시아와 곧바로 평화 협상을 시작하자 푸틴이 원하는 것을 얻을 기회가 마련됐다”며 “푸틴의 야심은 러시아가 유럽에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 안보 지형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2018년 7월 16일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핀란드 수도 헬싱키에서 집권 1기 시절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축구공을 선물하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성공을 기원하고 있다. 이날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뒤 개최한 공동 기자회견 자리였다. 헬싱키=AP 연합뉴스
"트럼프, 우크라 희생해 푸틴과 거래"
적대관계인 양국 정상 간 밀월은 재집권과 동시에 드러난 트럼프의 ‘영토 팽창주의’가 핵심 배경일 수 있다. 러시아가 자행한 △2007년 에스토니아 상대 사이버 공격 △2008년 조지아 침략 △2014년 크림반도 병합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등을 전부 ‘강대국의 정당한 세력권 주장’으로 인정한다는 얘기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 언론인 메긴 켈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단극(單極) 체제는 정상이 아니다. 결국 여러 개의 강대국이 각자 세력을 형성하는 다극 세계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력권 확보 시도는 집권 2기를 연 트럼프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차지하겠다고 공언한 캐나다와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모두 미국 주변 서반구(남북아메리카)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로리 에스포시토 머레이 연구원은 이날 미국 라디오방송 NPR에 “트럼프가 서반구를 미국 영향권으로 생각하는 것은 중국이 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보는 시각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측면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광물 자원을 나눠 갖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영토 강탈, 미국은 안보 지원 보상 방식이다. 볼로디미르 쿨릭 우크라이나 키이우경제대 교수는 FT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희생해 푸틴과 거래하려는 의향이 있다”며 “광물 자원이 그 보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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