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단독 전광훈이 모은 '애국시민' 쌈짓돈…자유일보 통해 美 로비업체로

입력
2025.02.19 13:00
수정
2025.02.21 13:18
5면
0 0

[전광훈 유니버스]
<1> '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미국 의회에 영향력' 강조하며 헌금 유도
'빨갱이' '주사파' 청소 목적 미 의회에 홍보
"돈으로 정치화… 이슈 키워 영향력 확장"
전광훈 "업체와 재계약, 교포들이 돈 부쳐"

편집자주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설파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정치의 정점에 섰다. 한국일보는 이른바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태를 파헤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월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마치고 귀국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1월 2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지금 워싱턴에 있는 로펌(로비업체) 비용을 한 달에 7,500만 원 냅니다. 최후의 목적지는 자유 통일하려 그래. 이 돈을 누가 내야 돼?"(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

"우리요!"(신도들)

지난 13일 강원 강릉시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자유마을 대회. 전 목사는 이곳을 찾은 지지자들에게 미국 로비업체에 거액을 지급하고 있다며 헌금을 독려했다. 자유마을은 극우 성향 단체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가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 조직으로, 전 목사는 전국을 돌며 집회 형식을 빌린 '자유마을 대회'를 열어 지지자들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전 목사 측이 만든 자유일보를 통해 미국 로비업체에 거액이 지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교인들이 낸 헌금이 자유일보(Jayu press)를 통해 미국 로비업체 '프라임 폴리시 그룹(Prime Policy Group)'으로 흘러들어갔다. 이렇게 쓰인 돈만 적어도 38만5,000달러(약 5억 원)에 달한다.

1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자유일보의 미국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활동 내역서에 따르면, 전 목사는 2022년 10월부터 1년간 프라임 폴리시 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로비가 합법인 미국은 FARA법에 따라 로비업체의 활동 내역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프라임 폴리시 그룹이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계약서에 따르면, 자유일보는 계약 금액은 매달 5만 달러(약 7,200만 원)씩 총 60만 달러(약 8억6,000만 원)를 지불하기로 하고, 전 목사를 대신해 미국 의회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계약의 핵심 당사자는 전 목사 가족들이다. 자유일보 발행인은 전 목사의 딸 전한나, 계약을 직접 체결한 사람은 전 목사 아들인 전에녹과 사랑제일교회 정모 목사다.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프라임 폴리시 그룹은 미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를 통해 자유일보와 계약한 대로 '북한의 남한 정부 전복 시도'를 미국 의회에 설명하고 홍보했다고 밝혔다. 자유일보 측은 2021년 5월 미국 하원에서 발의한 '한반도 평화법'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계약을 체결해 미 국무부나 국회의원, 보좌관들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는 미국에서도 신도들의 헌금을 정치 로비에 활용했다. 그는 2023년 1월 28일 뉴욕에서 열린 '광화문 미주 국민대회'에서 "일단 국회의원 200석만 가지면 빨갱이들 싹 쓸 수 있다. 주사파를 청소할 수 있다"며 "200석은 내가 만들 테니 교민들은 교민청에 가입해, 한 달에 10달러씩 내라. 그 돈으로 미국 정계와 언론계 등에 로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목사는 지금도 같은 업체를 통해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전 목사는 한국일보 통화에서 "이번에 다시 월 5만 달러(약 7,500만 원)로 같은 곳과 재계약했다"며 "그 돈은 미국에 있는 교포들이 부친다. 전광훈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자유일보가 미국 법무부에 제출한 서류

전문가들은 전 목사 활동과 관련해 현실적 효과에 의문을 표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의 외교 정책은 정치적 대표성을 갖고 추진되는데, 굳이 수억 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외국에서 별도의 목소리를 내야 했는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라며 "외부에서 정치 이슈를 키우는 방식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목사는 지난 9일 광화문 주일 예배에서 재차 '로비'를 꺼내 들었다. 전 목사는 연단에 올라 "내가 (미국) 상원의원 21명을 만났는데, 100명을 다 만나고 트럼프와 30분 대화하는 걸 조건으로 재계약했다"며 "한 달에 7,500만 원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전 목사 뒤에는 파란색 헌금 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서 있었다.


조소진 기자
강지수 기자
김태연 기자
최현빈 기자
문지수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