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유니버스]
<2> '애국 가스라이팅'과 절대 순종
특임전도사 3인, 전광훈과 갈등 교인에 욕설
2명은 1월 '서부지법 난입' 사태 가담해 구속
전 "특임전도사 없다" "대화 군번 아냐" 부인
"잘한다 직접 용돈도 줘놓고 모른다니" 반박
편집자주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설파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탄핵 정국 이후 극우 정치의 정점에 섰다. 한국일보는 이른바 '애국시민'들의 헌금을 종잣돈 삼아 언론부터 쇼핑·금융·통신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전광훈 유니버스'의 실태를 파헤쳤다.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당시 시위대 폭력을 선동한 혐의를 받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씨가 5일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마포경찰서를 출발하고 있다. 뉴스1
특임전도사. '특별 임명 전도사'의 줄임말이다. 낯선 용어지만 지난달 14일 서울서부지법 폭동 이후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구속된 폭동 가담자 가운데 윤영보, 이형석씨가 특임전도사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교회 전도사가 사상 초유의 법원 난입에 가담한 것을 두고 배후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원로목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전담팀까지 꾸려 내란 선동 혐의로 전 목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전 목사, 특임전도사 모를 리 없어"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력 집단난동 사태 당시 판사실에 침입한 40대 남성 이모씨가 지난달 23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경찰 수사망이 조여오자 전 목사와 특임전도사들은 잘 알지 못하는 사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전 목사는 지난 5일 "(교회) 주차장에서 다니다가 보는 정도의 관계"라며 "제가 그런 애들이랑 대화할 군번이냐"고 했다. 그는 한국일보에도 "전국 교회에 특임전도사란 말이 어디 있나. 언론이 지어낸 말"이라고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 윤영보씨 역시 변호인을 통해 "특정 목사 연관설은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냈다.
그러나 한국일보 취재 결과 사랑제일교회엔 특임전도사 직책이 있었고, 전 목사가 이들과 무관하지 않은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사랑제일교회 내부 소식에 밝은 이들은 전 목사가 특임전도사 직책을 모를 리 없다고 말한다. 2022년 5월 전 목사의 최측근인 조우행 목사는 유튜브 방송에서 "오늘 투쟁의 전사로 전광훈 목사님이 사랑제일교회 전도사로 임명을 했더라. 그분들은 전도사급 이상"이라고 했다. 이는 특임전도사 임명 소식을 공식적으로 알린 것이라고 했다. 윤영보씨와 이형석씨 그리고 A씨가 당시 특임전도사로 낙점받았다. '투쟁의 전사'라는 이름값을 하려는듯, 이들은 전 목사 반대 세력으로 지목된 안모 목사와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을 공격할 때 선봉에 섰다.
세 사람은 2022년 4월부터 4개월 동안 신도 20여 명과 함께 안씨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안씨를 비방하는 내용의 현수막도 교회 인근에 내걸었다. 안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3명에게 200만~1,000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윤씨는 이동욱 회장을 겨냥해 "분명히 뒤를 캐보면 북한 정찰총국하고 끄나풀이 밝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가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다.
안씨와 이 회장은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쯤 대면 예배를 금지한 방역 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전 목사를 지지하며 우호 세력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전 목사가 "이 회장과 안씨가 별도 조직을 구성하려 한다"고 의심하기 시작하며 사이가 틀어졌다.
"기념 양복도 맞춰 줘"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15일 서울 광화문 사거리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전광훈 목사가 단상에 오르고 있다. 홍인기 기자
법원도 특임전도사의 존재를 인정했다. 전 목사 측은 안씨와의 소송 과정에서 "3명은 피고 교회(사랑제일교회) 전도사가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판결문엔 이들 셋이 "교회 '특임전도사'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적시됐다.
사랑제일교회에 다녔던 이들도 특임전도사 3인방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B씨는 "(특임전도사) 3명은 전 목사님이 '특별히 사랑했던' 사람들"이라며 "이씨의 경우 특임전도사 직책을 받은 뒤 전 목사 아내가 직접 양복도 맞춰준 걸로 안다"고 전했다. B씨는 전 목사가 이들을 모른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전 목사가) 손주보다 (이씨를) 더 많이 봤을 것"이라며 "잘한다고 칭찬하면서 용돈주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C씨 역시 "이씨는 전광훈 목사가 시키기만 하면 무조건 '충성'하는 스타일"이라며 "청교도신학원(전 목사가 세운 신학교) 1기 졸업생"이라고 설명했다.
특임전도사들은 전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를 위해 불법 행위에 앞장섰다가 형사처벌을 받기도 했다. 윤씨는 2022년 7월 안씨가 담임목사로 있는 서울 금천구 교회 앞에 카메라를 설치한 뒤 교회에 출입하는 이들을 촬영하고 이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했다. 2023년 2~6월 이동욱 회장이 주최한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인근 야외 예배 현장을 찾아 "XX한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2년 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위자료를 물고도 재차 괴롭힘 행위가 이어지자 검찰은 스토킹 혐의까지 적용해 윤씨를 지난달 재판에 넘겼다. 이씨도 5년 전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이 재개발조합 측의 명도집행을 화염병 등을 동원해 저지하려던 이른바 '알박기' 사태에 가담해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목차별로 읽어보세요
<1>'전광훈 그룹' 지배 구조 해부
<2>'애국 가스라이팅'과 절대 순종
<3> 광장 동원력, 비주류가 실세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