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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문도 괜찮다" 해외 예술가에 관대한 미술계?

입력
2025.02.27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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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논란 美 예술가 톰 삭스 4월 국내 전시
리처드 마이어·요한 쾨닉 성추문에도 눈감아

성추문에 휩싸인 미국 현대미술가 톰 삭스는 4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1관에서 역대 최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추문에 휩싸인 미국 현대미술가 톰 삭스는 4월 25일부터 9월 7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1관에서 역대 최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눈 가리고 아웅' 전시를 또 하네요. 그것도 역대급으로. 이번에도 흐지부지 묻히겠죠."

최근 만난 미술계 인사가 한 전시 소식을 전하다 말끝을 흐렸다. 유명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의 전속 작가인 현대미술가 톰 삭스(59)의 개인전 소식이었다. 삭스는 합판, 합성수지 같은 평범한 재료로 오브제를 만든다. 나이키와 협업한 운동화 프로젝트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국내에서도 몇 차례 개인전을 연 그가 4월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후원을 받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표작 200점을 소개하는 대규모 전시를 연다.

세계적인 작가지만 성추문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삭스는 직원들에게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행사해 고발당했다. 지하실에 있는 창고를 '강간실'로 부르고, 스튜디오에서 속 옷만 입고 돌아다녔으며, 폭언과 폭력을 일삼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기업이 문화예술계 혁신적인 예술가를 후원하는 전시에 성추행 전력이 있는 외국 작가를 대대적으로 조명한다는 발상도, 그것이 논란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사실 우리 미술계가 성폭력 논란이 있는 외국 예술가에게 관대하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지난해 개관한 강릉 솔올미술관은 미술관 측에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가 건축가의 '미투 가해자' 전력이 알려지자 건축가의 철학을 이어받은 마이어 파트너스의 작품이라고 해명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이어는 직원 성추행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세계 현대미술계의 유명 인사이자 국내에도 갤러리를 열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독일 갤러리스트 요한 쾨닉에 대한 성폭력 논란도 마찬가지다. 해외 미술 매체가 보도해 지탄을 받은 여성 10명에 대한 쾨닉의 성폭력 논란도 국내 미술계에선 쉬쉬하고 있다.

예술의 세계에 국경이 무너진지 오래다. 해외 유명 예술가의 성폭력 문제가 입길에 오르내릴 때마다 "예술가가 그럴 수도 있지"라며 지나치는 국내 미술계의 안일함을 짚어볼 때가 됐다. 국경을 넘나드는 세계적 예술가들을 제대로 추앙하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은 필요하다.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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