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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ㆍ경제ㆍ노무 : <20> 미성년자 증여세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부모-자식 간 금전 거래 증가
‘미성년자 증여’, 증여세 부과
증여 의사 없으면, 예외로 인정

미성년자 증여세
Q1 : 55세 A다. 수년 전 고등학생 아들이 외국에 유학 중일 때 종잣돈 1억 원을 아들에게 증여했고, 증여세도 납부했다. 그런데 아들 재산을 불려 주기 위해 종잣돈을 펀드에 투자하다가 적지 않은 손실이 생겼다. 나의 투자 실수로 생긴 일이라, 아들 계좌에 손해액만큼 돈을 이체했다. 그런데 대학생이 된 아들에게 갑자기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온 것이다. 단순히 아들의 손해액을 보전해 주려고 돈을 이체했는데, 추가 이체 금액에 대한 증여세도 내야 하나?
Q2 : 딸을 둔 엄마 B(49)다. 집주인이 갑자기 전세보증금을 올려 달라기에 내가 관리하던 딸의 계좌에서 1억 원을 사용했다가 며칠 뒤 반환했다. 적지 않은 돈이 급하게 필요해 잠깐 사용하고 돌려줬기에 차용증은 쓰지 않았다. 그러면 증여세를 내야 할까?
A: 세뱃돈으로 미성년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것이 트렌드가 된 요즘이다. 또 부모가 자녀 계좌를 관리하며 입금과 출금 등 계좌이체를 반복하는 것도 다반사다. 그러다 보니 증여세액 공제액(미성년 자녀 10년 내 2,000만 원, 성인 자녀 10년 내 5,000만 원)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 증여세 고민을 호소하는 의뢰인이 적지 않다.
먼저, 부동산이나 보석 등 일반적인 증여재산의 경우 증여세 신고 기한(증여받은 날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3개월)까지 증여자에게 반환하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 그러나 금전은 다르다. A씨처럼 아들의 계좌로 돈을 이체해 증여했다면, 증여세 신고 기한과 상관없이 △A씨가 처음 아들에게 증여할 때도 △아들이 A씨에게 되돌려줄 때도 증여세를 각각 내야 한다.
그렇다면 아들이 A씨에게 금전을 반환할 때도 왜 증여세를 내야 할까? 이는 ‘증여한 금전(지폐, 동전) 자체’를 그대로 반환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증여받은 사람이 보유하는 다른 금전들과 섞여 있다가 반환되기 때문이다. 특히 계좌이체 거래가 주로 이루어지는 요즘은 가치만 이전될 뿐 증여되는 금전이 특정되지 않으므로 더더욱 그렇다. 즉, 부동산이나 고가의 물건 등은 증여받은 그 자체를 그대로 반환하지만, 금전의 경우에는 그대로 반환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금전은 증여·반환이 손쉽기 때문에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에 증여-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등 악용될 우려가 큰 점도 주된 이유다.
또 미성년자의 경우, 직업, 연령, 소득 및 재산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미성년자가 재산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련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이 경우 세법은 재산을 ‘부모로부터 증여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므로 ‘이 돈이 증여가 아닌 다른 목적으로 행해진 것’이라는 특별한 사정은 A씨의 아들이 입증해야 한다.
그러면 이 ‘특별한 사정’은 어떻게 입증해야 할까? 실제로 가족 간 금전 거래의 경우 차용증 같은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게 보통이지 않나?
먼저 A씨의 상황을 살펴보자. A씨는 “고등학생 아들(미성년자)을 위해 선의의 마음으로 계좌를 관리했지만 아들에게 손해를 끼쳤다(선관 주의 의무 위반)”면서 “아들(위임인)에게 손해를 끼쳤으므로 손해 배상 의무를 이행한 것일 뿐 증여가 아니다”라고 소명했다. 특히 처음 1억 원에 대해 증여세도 이미 납부했으니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A씨의 생각이다.
하지만 법원은 △A씨와 아들 사이에 위임 관계를 인정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점 △위임 관계가 있더라도 위임 내용과 위임 범위를 알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손해 금액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증여세 부과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아무리 아버지가 자금을 관리하면서 자녀가 손해를 봤더라도, '특정 금원을 투자·관리하고, 손해가 있으면 이를 보전한다'는 내용이 기재된 계약서 등으로 위임 범위와 손해액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하지 않는 한 아버지가 추가로 준 손해액에 대해선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딸의 돈을 잠시 사용했다가 반환한 B씨는? 법원은 원칙적으로 ‘가족 간 거래에도 객관적인 자료(대여 계약서, 정기 이자 지급 내역 등)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반적인 거래 관계처럼 계약서를 엄격하게 요구하는 것은 가족 내 정서상 실제와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역시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B씨가 본인의 필요에 따라 임의로 사용했던 딸의 돈(1억 원)을 며칠 만에 즉시 반환한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딸이 다시 B씨에게 증여할 의사가 있다거나 B씨로부터 증여 받을 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면서, B씨가 반환한 금전에 대한 증여세부과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대여 계약서 등이 없더라도 다른 객관적인 자료(계좌 거래 내역, 이자 지급 내역 등)를 토대로 정황상 증여가 아니라는 점이 명백하다면 받았던 금전을 반환해도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A씨와 B씨는 본인이 자녀의 계좌 거래를 주도했지만, 증여세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각각 달랐다. 왜일까? A씨처럼 펀드 손실을 보전해주는 것은 ‘증여 의사’로부터 비롯된 것이지만, B씨처럼 전세보증금을 위해 돈을 잠시 사용한 뒤 돌려주는 것은 적어도 증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세법은 미성년자와 같이 스스로의 힘으로 재산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건네진 금전, 계좌 이체된 금전의 경우, 준 사람의 ‘증여 의사’를 묻지 않고 증여세를 과세하지만, 법원은 적어도 증여의사가 없는 것이 명확하게 밝혀진다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결국 법원이나 과세 관청에 ‘증여가 아닌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계약서 등 구체적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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