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서울의 한 대학 일자리센터 기업채용공고 게시판에 구인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뉴시스
일을 하지 않고 취업이나 진학 준비도 없이 그냥 쉬는 청년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쉬었음’ 인구는 2003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쉬었다는 20대 인구는 4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나 급증했다. 15~29세 청년층의 고용률은 44.3%까지 하락했다. 4년 만에 최대 낙폭이다.
가장 왕성하게 일해야 할 20대가 쉬고 있다는 건 그만큼 청년 취업 한파가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고 있고, 그마저도 신규가 아닌 경력직 위주로 뽑고 있다. 지난 1월 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 수를 의미하는 ‘구인 배수’는 0.28로, 26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매출 500대 기업 조사에선 응답자 중 61%가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채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계엄과 트럼프발 관세 전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영향이다. 한번 쉬게 된 청년의 쉬는 기간이 장기화하는 것도 문제다.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건 결국 기업이란 점에서 정부는 과감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주력해야 한다. 사실 쉬었음 인구 증가는 진작 했어야 할 산업 구조조정이 미뤄지며 신성장 동력이 나오지 못하고 이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이 안 된 측면도 크다. 우리나라 시가총액 상위 업체들이 수십 년째 기존 대기업 명단과 다를 게 없는 게 이를 방증한다. 외국에선 신생 스타 기업들이 등장했다. 혁신 스타트업, 벤처기업, 중소기업 창업과 육성에 지원의 방점이 찍혀야 하는 이유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연봉은 대기업의 반토막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 격차는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러니 청년들도 대기업만 바라보고 중소기업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쉬었음 인구가 넘쳐나는데도 오히려 중소기업에선 구인난을 호소하는 모순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성장이 고착화하기 전 산업 구조조정과 임금 격차 해소, 취업 인식 개선 등을 함께 도모하지 못한다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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