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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러? 아닌 역사 배우러 간다...K도서관 열전

입력
2025.03.14 13: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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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창민,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

1475년 성균관 안에 건립된 도서관 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1475년 성균관 안에 건립된 도서관 건물.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한국은행에서 발행하는 1,000원권 지폐의 배경은 조선시대 대학 성균관의 강의실 명륜당이다. 1,000원권에 퇴계 이황 선생과 함께 명륜당을 인쇄한 이유는 퇴계가 성균관 총장 격인 대사성(大司成)을 지냈기 때문이다. 성균관에는 명륜당 못지않게 중요한 건물이 바로 뒤에 있는 서고다. 1475년 성종은 유생들이 정진할 공간이 필요하다는 신하의 요청을 받아들여 건물을 짓고 직접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이름하여 '존경각(尊經閣)'. '경서(經書)를 소중하게 보존(尊)하라'는 뜻을 담은 조선시대 유일한 도서관이다.

'도서관 덕후'를 자처하는 백창민 작가가 쓴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은 역사의 무대가 되었던 도서관의 숨은 내력을 담은 책이다. 자칭 '책사냥꾼'인 저자는 전국 500여 곳의 도서관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관련 서적과 자료, 논문을 뒤졌고 관계자를 인터뷰했다. 그중 30곳을 추려 엮었다. 1952년 3,600여 권을 보유한 작은 도서실로 시작해 2023년 기준 장서량 821만여 권 규모로 성장한 국회도서관부터 서울 도심에 있는 정독도서관, 광주에 있는 무등도서관,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 도서관으로 꼽히는 북한의 인민대학습당까지 전국의 이름난 도서관이 등장한다.

투쟁과 민주화, 정치적 격변의 무대

1899년 6월에 지어진 덕수궁 중명전의 이름은 '수옥헌'이었다. '황실도서관'이었던 이곳은 대한제국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외부 대신 박제순과 일본 정부의 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가 이곳에서 굴욕적인 을사늑약을 체결한 뒤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위키피디아

1899년 6월에 지어진 덕수궁 중명전의 이름은 '수옥헌'이었다. '황실도서관'이었던 이곳은 대한제국의 운명을 가른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대한제국 외부 대신 박제순과 일본 정부의 전권공사 하야시 곤스케가 이곳에서 굴욕적인 을사늑약을 체결한 뒤 일본의 속국으로 전락했다. 위키피디아

저자가 주목한 도서관은 그저 단순한 책을 보관하거나 대여하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은 역사책을 소장한 공간인 동시에 역사를 바꾼 공간"이라는 저자의 설명처럼 도서관은 저항과 민주화의 장으로 역할을 하는가 하면 정치적 격변과 정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리며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일제의 국권 강탈 과정에서 대구 지역에 생긴 도서관은 전자의 경우다. 남평 문씨 집안이 만든 문중 문고인 '인수문고(仁壽文庫)'에는 1만 권 이상의 장서가 보관돼 있었다. 가문 차원에서 인재를 양성하고, 나라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1979년 5월 문을 연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현 서울특별시교육청어린이도서관)은 반대의 경우다. 도서관은 1983년부터 비밀경찰조직인 일명 '사직동팀'의 본거지였다. 정치인, 고위 공직자, 기업인에 대한 특수 수사를 담당한 치안국 특수대는 18년 동안 이 건물을 안가(安家)로 사용했다. 2000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사직동팀의 해체를 지시했고, 안가는 2001년 시민과 어린이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어린이도서관의 어두운 과거다.

책 말미에는 현재 운영 중인 도서관과 이제는 사라지고 없는 도서관의 옛터를 모아 부록으로 실었다. 도서관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은 도서관 애호가들에게 놓칠 수 없는 귀한 정보다.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백창민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540쪽·2만5,000원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백창민 지음·한겨레출판사 발행·540쪽·2만5,000원


손효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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