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동훈 홍준표 김문수...굵직한 외부활동 자제
이준석 "尹 석방에 역동작 걸린 것"
안철수 TK 방문, 유승민 대학 강연, 이철우 "각하 호칭" 주장

왼쪽 사진부터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한국일보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후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이 부쩍 뜸해졌다.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기도, 윤 대통령의 '관저 정치'에 호응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에도 차기 주자들은 시급한 민심 회복보다 '윤심'(尹心)을 살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권에서도 "이러다 잠룡들이 이무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잠룡 오세훈 한동훈 홍준표 김문수...잠행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은 12일 굵직한 외부 행보 없이 말을 아꼈다. 오 시장이 시 행사 이후 취재진 질문에 "우리 당도 혹시 열릴지도 모르는 조기 대선에 여러 가지 사전적인 준비는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라고 언급한 정도다. 대권 도전 의사는 밝히지 않았지만 잠룡으로 분류되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이날 눈에 띄는 외부 일정이 없었다. 윤 대통령 석방 직후에는 그전에 잡힌 외부 행사나 언론 인터뷰는 불가피하게 소화했지만, 그마저 정리되자 본격적인 저자세 모드로 접어든 셈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승천을 노리던 잠룡들이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고 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윤 대통령과 강성 보수 지지층의 시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일부 지지층은 잠룡들의 대권 행보에 "부모(윤 대통령)가 돌아가시지도 않았는데 제사를 지낸다"고 유교적 잣대를 들이대 압박하고 있다. 비윤석열계 잠룡들도 당내 경선 가능성을 생각하면 강성 지지층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잠룡들이 친윤계 의원들처럼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 마이크를 잡는 것도 부담이다. 외연 확장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준석 "尹 석방에 역동작 걸린 것"
범여권 대선 주자인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이런 국민의힘 잠룡들의 딜레마를 "야구에서 1루 주자가 역동작에 걸린 상황"에 빗댔다. 2루(대선과 당내 경선)를 향해 달리려던 차에 견제구(윤 대통령 석방)가 들어와 오도 가도 못 하는 엉거주춤한 신세가 됐다는 뜻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2일 대구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에 도착해 정우진 병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구=뉴스1
안철수 유승민 이철우 꿋꿋
그래도 일부 잠룡들은 꿋꿋이 전진했다. 주로 당내 세력이 취약해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급선무인 경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찾아 지역기자 간담회 등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관저 정치' 논란을 부른 윤 대통령을 향해서도 "헌재 심판을 승복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통합과 화합의 행보로 국민을 달래 달라"고 직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연세대에서 '정치가 미래를 결정한다'를 주제로 강연하며 "정치 불신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강조했다. 주변에 대권 도전 의지를 밝혔던 것으로 알려진 이철우 경북지사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을 권위주의 정권 때나 쓰던 호칭인 '각하'로 부르자는 돌발 제안을 했다가 취소했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의 각하(却下)를 염원하는 뜻을 담았다지만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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