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
트럼프의 오락가락 관세정책
한국에 도움되는 해법도 다수
ODA 아프리카 지원도 방법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 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성 패트릭의 날 리셉션에 앞서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정부의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고 맞받았다. 워싱턴=AP
"문자 그대로는 아니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언행 자체는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불법이민자 문제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때린 걸 보면,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트럼프 공약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하지만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기준을 충족한 상품은 신속 면제한 결정을 보면, 관세의 시기나 규모를 허풍 치는 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도 알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오락가락하는 건 내부적으로 상충하는 본능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관세를 지지해 왔지만, 예측 불가능성이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가 된다고도 믿는다. 성과를 빠르게 보여주길 원하지만, 캐나다와 멕시코 사례처럼 금융시장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오면 곧바로 물러선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응법은 뭘까? 다양한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한국의 관세율이 미국보다 네 배 높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려를 해소하면서도 한국의 국익도 챙기는 창의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한국은 다방면에서 관세를 맞을 수 있다. 아직 관세정책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다중 관세를 얽어 놓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상호주의 관세'뿐만 아니라, 철강·자동차·반도체·제약산업의 별도 관세도 포함될 수 있다. 한국 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논의하는 입법이 진행될 경우, 이와 관련 보복 관세가 부과될 수도 있다. 특정 품목에서 합의를 이뤄도, 다른 품목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면서도 규모와 시행 방식을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면, 한국도 창의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무역 불균형 해소'를 충족시키면서도 한국에 이익이 되는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중 하나로 액화천연가스(LNG)가 거론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 확대를 원한다. 일본과 유럽연합(EU)도 무역 마찰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 LNG를 더 많이 구매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산 LNG 수입을 늘리려 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 LNG 수출 능력이 2023년 하루 114억 입방피트에서 2028년 244억 입방피트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한국은 정치적 혼란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경쟁하며 LNG를 활용해 대미 흑자를 줄이는 전략을 펼치기 어려울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 투자를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LNG 외에도 한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공적개발원조(ODA) 확대를 통해 미국산 농산물을 대량 구매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2015년까지 ODA를 국민총소득(GNI)의 0.25%까지 확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달성하지 못했다. 2023년 GNI의 0.18%인 31억 달러에 그쳤다.
미국 농산물을 ODA 자금으로 구매하면, 대미 무역흑자 축소는 물론 여러 이점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의 조치는 미국 정부의 식량원조 예산 삭감으로 미국 농가가 직면한 손실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이 미국 농산물에 보복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나선다면 트럼프 행정부와 해당 지역 정치권은 크게 환영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국제적 위상(특히 아프리카에서)도 높아질 수 있다. 미국의 원조 삭감으로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780만 명에 대한 식량 지원이 끊겼고, 수단에서는 1,000개 이상의 공동 급식소가 타격을 받게 됐다.
미국 농산물의 ODA 활용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정치적 자본을 강화시키고 국제사회에서 한국 위상을 높이는 여러 창의적 방안의 하나일 뿐이다. 미국 물건을 사라는 트럼프의 막무가내 압력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대신, 한국의 국익을 증진시키는 최적의 구매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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