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보 비판에 시한 못 박아
상호관세 디데이 거론… 유럽에 반감
물가 걱정하는 여론… “인내심 시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12일 아일랜드의 대표적 축제일인 성 패트릭의 날을 맞아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하기 위해 미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으로 입장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이후에는 정해진 관세 정책에 변화를 가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보복은 재보복으로 갚는 치킨게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더는 협상하지 않고 철저하게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겠다는 뜻이지만, 미국 내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다.
아일랜드 총리 면전서 EU 비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불규칙적인 자신의 관세 정책 행보에 대해 “비일관성이 아니라 융통성”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미국 자동차 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멕시코와 캐나다 대상 자동차 분야 관세 부과를 한 달 미룬 사실을 언급하면서다.
1월 20일 취임 뒤 트럼프의 관세 관련 결정은 오락가락했다. 그는 지난달 초 멕시코, 캐나다,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선언했지만 발효된 것은 중국산만이었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상대로는 시행을 한 달 미뤘다. 지연된 관세 부과는 이달 초 이행됐는데 얼마 가지 못했다. 이틀 만에 미국·멕시코·캐나다무역협정(USMCA)이 적용되는 품목을 무더기로 부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두 배로 물리겠다고 캐나다를 위협했다가 온타리오주(州)의 대미 전기료 할증 방침이 보류되자 곧장 계획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런 변덕도 이달이 끝이라는 게 트럼프 얘기다. 그는 “나는 항상 융통성을 유지할 것이다. 하지만 일단 시작하면 융통성이 거의 남지 않을 것”이라며 “4월 2일은 미국에 매우 중요한 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각국을 상대로 맞춤형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날을 시한으로 못 박은 것이다.
핵심 표적은 미국의 ‘대서양 동맹’인 유럽이다. 유럽연합(EU)은 이날 효력이 발생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내달부터 260억 유로(약 41조 원) 규모 미국산 제품 대상 보복 관세로 대응하기로 했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을 계기로 마련된 이날 회견에서 트럼프는 반감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우리나라의 문제는 대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U는 미국을 이용하기 위해 설립됐다”고 대답했다. EU 회원국 아일랜드 정상 면전에서 아일랜드가 자국 제약사를 가져갔으며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면 옮겨 간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상품을 수출할 때 200% 관세를 물렸을 것이라고 불평하기도 했다.
국민은 인내할까, 트럼프의 도박

지난달 3일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주류 매장 진열대에 미국산 와인 불매를 촉구하는 낙서가 붙어 있다. 몬트리올=AFP 연합뉴스
서방 국가 간 관세 전쟁 양상은 다분히 감정적이다. 캐나다도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298억 캐나다달러(약 30조 원) 규모 맞불 관세로 즉각 반응했다. 유럽 각국 및 캐나다 국민 사이에서는 미국산 불매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에서 “미국의 철강 등 공급 과잉 대응 협력 제안을 거부했다”고 EU를 비난했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미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트럼프처럼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며 캐나다를 자극했다.
대(對)미국 2, 3위 철강 수출국인 멕시코, 브라질은 상대적으로 냉정하다. 당장 맞대응을 자제하며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트럼프 관세를 보는 미국인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날 결과가 공개된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관세 인상 때문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응답자의 61%는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로 물가 상승 억제를 꼽았다. 같은 날 발표된 미국 CNN방송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 61%가 트럼프 관세 정책을 지지하지 않았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선임연구원 윌리엄 갤스턴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트럼프가 미국 국민의 인내심에 대통령직을 걸었지만 지금 국민은 참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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