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트럼프 스톰'에서 살아남기

입력
2025.03.17 04:30
25면
0 0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12일 경기 평택시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전 세계에 '트럼프 스톰'이 몰아치고 있다. 한국에도 시한폭탄처럼 접근하고 있다.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가 발표되었고,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에도 추가 조치가 예고되었다. 자동차만 살펴봐도 25%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액이 9조 원 넘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은 미국의 8번째 무역수지 적자국이다. 트럼프에게는 반드시 손봐야 할 우선순위일 것이다. 트럼프가 안보무임승차론과 함께 통상 압박을 강화할 것은 불문가지다.

우리로서는 구체적 수치와 논거를 가지고 '이해타산에 밝은' 트럼프를 설득해낼 방어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한국이 트럼프 1기 이후 8년 동안 미국에서 벌어들인 무역흑자의 78.5%를 미국 현지에 재투자(안도걸 의원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관세예외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한국은 연평균 대미 무역흑자 149억5,000만 달러 중 96.2%를 미국에 대한 직접투자에 사용했다. 바이든 정부에서도 무역흑자의 71.4%(269억2,000만 달러)를 미국 현지에 환원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대미 수출에서 반도체, 자동차 부품, 철강, 이차전지 등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54.2%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MAGA) 위한 제조업 부흥에 필요한 부품과 원자재의 공급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처럼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는 숫자가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는 점을 내세워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 직접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는 2023년 미국에서 외국인 투자로 생겨난 일자리 28만 개 중 한국이 2만여 개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이 수입하는 액화천연가스(LNG) 360억 달러 중에서 미국산 비중(12%)을 확대하면 무역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다. 연간 864억 달러에 달하는 원유 수입에서도 미국산 비중(15.7%)을 높인다면 대미 흑자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또한 트럼프가 관심을 표명한 조선업과 방위산업처럼 양국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야 한다.

트럼프 스톰 앞에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다. 트럼프는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 채워지길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다. 정치가 나설 때다. 당장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트럼프에게 내밀 카드를 마련해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겠다고 공동으로 약속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한국이 믿을 만한 나라라고 인식할 것이다. 이를 보는 국민도 안심할 것이다. 위기 속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국민의 신뢰를 얻는 길이다.


조경호 전 국회의장 비서실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