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선고 지연 여야 장외 투쟁 장기전
野 매일 여의도-광화문 도보행진
與 헌재 앞 24시간 밤샘 대기까지
"여야 지지층 세 과시에 동원" 토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선민 조국혁신당 권한대행, 임명희 사회민주당 부대표와 야당 의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며 광화문을 향해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치 인간 공기청정기가 된 기분이다. 탄핵 결론이 서둘러 나와 국회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뿌연 미세먼지로 전국 하늘이 탁하게 뒤덮였던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8.7㎞를 걸어서 이동했던 더불어민주당 보좌진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석방에 화들짝 놀란 민주당이 연일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보좌진들도 여의도와 광화문을 연신 오가는 '이중생활'로 슬슬 지쳐가는 모습이다. 헌법재판소 앞에서 24시간 릴레이 시위를 펼치는 국민의힘 의원 보좌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말마다 집결하는 강성 보수층 집회까지 챙기느라 혼이 쏙 빠질 지경이다. "할 수 있는 건 다해야 한다"는 명분론과 "이게 과연 최선인가"라는 회의론 속에 윤 대통령 탄핵 최종 선고가 이번 주를 넘기면서 여야 보좌진들의 강행군도 장기전 조짐이다.
野 매일 여의도-광화문 도보행진 '강행군'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국회에서 도보 행진을 시작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 및 당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시작된 민주당의 비상행동은 벌써 일주일을 향해가고 있다. 24시간 국회 비상대기 속 낮밤 없는 의총과 릴레이 밤샘 농성으로 시작된 총력전은 무대가 광화문으로 옮겨지면서 강도를 높였다. 여의도에서 광화문까지 매일 왔다 갔다 하는 도보행진은 베테랑 보좌진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투쟁 방식. 장외 투쟁에 골몰하느라 국회를 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양쪽을 다 챙겨야 하는 보좌진들의 고충도 두 배로 늘 수밖에 없다.
여의도 국회로 출근해 국회 업무를 챙기다 광화문까지 걸어가 집회를 마친 뒤에 다시 여의도로 돌아와 남은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고강도 일정에 끼니를 거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일부 의원실의 경우 집회 참여는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눈치가 보여 자리를 비우기는 쉽지 않다. 민주당은 주말에도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대규모 행진과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밤새 헌재 지키며 24시간 대기... 주말 집회도 챙겨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국민의힘 기독인회 의원-한국사 강사 전한길,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당 차원의 장외 집회는 없다지만, 다수 의원들이 장외 투쟁에 동참하면서 보좌진들도 역시나 거리를 헤매고 있다. 이미 당 소속 의원의 절반이 넘는 60여 명 이상 의원들이 헌재 앞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1인 시위에 동참 의사를 밝힌 상태다. 24시간 헌재 앞을 에워싸는 형식이라, 보좌진들 역시 밤낮 교대 근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행비서의 경우 밤새 함께 자리를 지켜야 하는 처지다.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 등 강성 보수 지지층이 주도하는 주말 집회를 대비하는 것도 만만찮다. 지방에서 당원들이 올라오는 경우가 많은데, 식당 예약 및 안내 등 편의까지 살뜰히 봐주는 것도 모두 보좌진의 몫이다.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 선고 지연으로 장외 투쟁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면서 여야 각기 거리 투쟁의 '효용론'을 따지는 목소리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한 민주당 출신 비서관은 "이렇게 나선다고 탄핵 심판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겠나"라며 "국민 마음을 설득할 수 있는 한마디가 중요한데, 저쪽이 많이 모인다고 하니 억지로 세 과시에 동원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의 한 선임비서관도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둔다고 하는데, 밖에서 그렇게 보겠나"라며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탄핵 찬반으로 국론 분열이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장외 투쟁이 과연 통합에 도움이 되느냐는 근본적 의문인 셈이다.
"여야 지지층 세 과시에 동원" "국론분열 조장" 회의론도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기독인회 의원들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재 주변을 걷고 있다. 뉴시스
다만 "윤 대통령 탄핵이 인용돼야 하기 때문에, 기꺼운 마음으로 나서고 있다"(민주당 선임비서관) "국회에 들어왔을 때 이 정도는 각오했다"(국민의힘 보좌관)며 여전히 의지를 불태우는 경우도 있다.
정치권이 거리로 달려 나가 분열을 부추기는 고질병을 해소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의원들이야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 한다지만, 의원실 보좌진은 무슨 죄냐"라며 "국회보좌진업무선진화법을 만들어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천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양당 보좌진들로부터 '가려운 곳을 대신 긁어줘서 고맙다', '더 세게 말해달라' 등 응원이 쇄도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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