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광일 홈플러스 공동대표(MBK 부회장)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가 기습적인 기업회생을 신청한 지 열흘 만에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남 탓과 반쪽 해명에 그쳐, 피해를 입게 될 2만 직원과 입주·거래 업체, 채권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경영진은 먼저 밀린 납품 대금, 점포 임대료 등 상거래 채권을 전액 순차로 갚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6,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융채권에 대해서는 “변제되도록 힘쓸 것”이라며 채권 발행 증권사에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상품 구매에 사용한 카드 대금 채권을 기초로 발행하는 자산유동화 전단채(ABSTB)다. ABSTB 중 원리금 상환이 중단된 규모가 4,000억 원을 넘어서고, 이 중 3,000억 원가량이 소매로 판매됐다. 금융감독원은 홈플러스 경영권을 가진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을 예상하고도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한 게 아닌지 검사에 착수했다. 경영진은 “지난달 25일 신용등급 강등 확정 후 기업회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이 회생 신청 준비에는 한 달 이상 걸린다는 것이 증권가 설명이라, 금감원 검사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경영진은 또 MBK 인수 이후 알짜 매장 매각 등 기업경쟁력 강화보다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결정을 했다”고 부인하며 유통환경 변화, 대형마트 규제 등 부실 이유를 남 탓으로 돌렸다. 특히 “MBK가 홈플러스에서 10년간 받은 건 0원”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MBK가 홈플러스 인수에 동원한 펀드 운용으로 1조 원 안팎의 성과보수를 챙긴 사실에는 침묵했다.
유통업체 도산은 복잡하게 얽힌 투자자와 협력업체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크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점점 지난해 7월 큰 혼란을 끼친 ‘티메프 사태’처럼 확대되는 모습이다.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은 자칫 사모펀드가 단기 이익을 추구하느라 기업의 장기적 가치를 훼손한 대표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신속하게 책임 소재를 밝히고, 피해 확산 최소화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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