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상대 향해 "헌재 결과 승복하라"
자신들은 광화문서 시위, 삭발, 단식
여야 분열 조장에 여론도 분열
원로 "공당, 분명한 승복 메시지 내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와 김민석(왼쪽), 전현희 최고위원이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열린 헌정질서 민주수호 최고위원회의에서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헌법재판소 심판 당일 극단적 충돌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월 발생한 서부지법 난동보다 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경찰은 14일 헌재 선고 당일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최고 수준 대비 태세인 ‘갑호비상’을 발령하겠다고 밝힐 정도다. 과열된 여론을 진정시키기 위해 여야와 윤 대통령 자신이 ‘탄핵심판에 승복하겠다’는 공식 메시지를 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기자회견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탄핵 기각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민주당도 승복하라" vs "국민의힘이나 승복하라"
여야는 서로를 향해 '탄핵 심판에 승복하라'는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는 이미 여러 차례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은 한 번도 그런 약속을 국민 앞에 한 적이 없다. 헌정질서 수호를 위해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분명히 해달라”고 했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은 최근 헌재를 압박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게 소속 의원들은 헌재 앞에 우르르 몰려가 헌재를 겁박했다”며 “국민의힘은 헌재 결정에 승복하라”고 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지난 12일 언론과 만나 “당연히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야의 ‘헌재 결정 승복’ 발언은 정치적 수사에 그칠 뿐이란 지적이 무성하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광화문과 헌재 인근에서 윤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집단 시위, 단식, 삭발 투쟁에 한창이다. 국민의힘 의원들 역시 헌재 앞 도보행진과 장외 집회에 나서고 있다. 여야가 헌재의 공정한 심판을 불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지지층을 향해 '헌재 압박'을 독려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을 비롯한 기독인회 의원들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1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탄핵 각하 길' 걷기 기자회견을 마친 뒤 헌재 주변을 걷고 있다. 뉴시스
두 쪽 난 여론에 '내전' 위기감... 원로 "헌재 결과 승복해야"
거대 양당이 분열을 조장하면서 여론도 두 쪽으로 갈라졌다. 13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내 생각과 달라도 헌재 심판을 수용하겠다’는 응답은 54%, ‘수용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42%로 조사됐다. 국민 절반 가까이가 헌재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갈등 수위가 높아지면서 경찰은 극단적 폭력 사태에 대비 중이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탄핵 선고일 대비 상황점검회의’에서 “헌재 선고 당일 갑호비상을 발령하겠다”고 했다. 갑호비상은 치안사태가 극도로 악화될 때 발령하는 최고수준의 비상근무 체계다. 전국 337개 기동대 2만여 명을 투입하고 기동순찰대·형사 등 가용 인력을 100% 동원해 치안 유지에 나선다.
거대양당과 윤 대통령 자신이 공식적으로 '헌재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직 국회의장·국무총리·당대표 등이 모인 ‘나라를 걱정하는 원로모임’은 “국회 및 여야 정치권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에 승복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한국일보에 “여야 모두 상대뿐 아니라 자신들의 지지층에게 탄핵 결과를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며 “그것이 공당으로서의 마땅한 자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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