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주 MBK 회장, 첫 사재출연 결정
"소상공인 우선 지원"...규모는 미정
국세청 이어 금감원도 조사 초읽기
18일 국회 정무위는 불출석 통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사재를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홈플러스가 4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모럴 해저드 논란과 함께 대주주인 '김병주 책임론'이 확산되자 사재 출연을 통해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김병주 회장은 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MBK는 홈플러스와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지급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를 협의 중이며 그 결과에 따라 사재출연 규모가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 거래처 결제대금 지원"
홈플러스는 지난달 말 신용등급 하락 이후 단기자금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지난 4일 돌연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를 두고 대주주인 MBK가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불시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며 '기업 사냥꾼의 먹튀 본색을 드러냈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특히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회피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과거 법정관리, 부도 같은 위기 국면마다 재계 오너들이 사과 표명, 사재 출연 등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던 사례와 대조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회장은 과거 딜라이브 투자손실 당시에도 사재출연 요구를 받았지만 응하지 않았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 김병주 회장은 개인재산만 1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오너로서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며 "위기 상황에서 사재를 털어서라도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버티기로 일관해왔다. 김광일 홈플러스 부회장은 14일 열린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에서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가능성을 묻자 "간담회에서 말씀드릴 사항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국회 정무위원회가 18일 김병주 회장을 홈플러스 관련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불출석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14일 입장문에서 "제가 MBK파트너스의 펀딩과 투자 과정에는 관여하지만 이미 투자가 완료된 개별 포트폴리오 회사의 경영에는 관여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전날부터 전국 90개 점포 앞에서 김병주 회장의 국회 출석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14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프러스 본사 앞에서 '홈플러스 전단채 사기발행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홈플러스 채권 2000억 개인에 팔려
하지만 정치권에 이어 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계속되자 결국 사재 출연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세청이 지난주부터 MBK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금융당국 검사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금융감독원은 우선 신용평가사와 증권사 등에 대한 검사에 착수해 홈플러스의 단기채권 발행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데 향후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한 검사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촉발된 만큼 신용평가사를 시작으로 전반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이라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MBK파트너스 등) 다른 관련 기관에 대한 검사에도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 단기채권 판매잔액은 총 5,949억 원에 이르는데 이 중 증권사 영업점 등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채권은 2,075억 원(34.8%)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 등 일반법인에 팔린 채권까지 합하면 총 5,000억 원 수준으로, 홈플러스 단기채권 잔액의 90%를 개인과 일반법인이 떠안고 있어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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