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이 13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현안 관련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대변인은 미국 에너지부의 민감국가 리스트는 현재 최종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미국 에너지부(DOE)가 지난 1월 초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SCL)에 포함시킨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SCL은 미국이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할 때 지정하는 리스트다. 비록 ‘최하위 범주’라고 해도 주로 북한 러시아 이란 등 미국의 적성국이나 테러 지원국이 포함된 명단에 동맹인 한국이 추가된 것은 의아하다. 외교부는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지만, 두 달 가까이 지정 사실조차 몰랐던 부분에 대한 책임은 피할 수 없다. 4월 15일 지정 효력이 발효되기 전 총력 외교로 지정 철회를 관철시켜야만 한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 한국 내 ‘핵 무장론’ 확산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 등이 분분하다. 배경이 어떻든 우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분명하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미국은 원자력을 비롯해 국가 안보 관련 기술을 공유하는 것과 인력 교류 및 공동 연구, 프로젝트 참여 등을 제한할 수 있다. 에너지부는 “한미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나 우라늄 농축 및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협상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뜩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무차별적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면서 한국을 겨냥한 상태다.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비관세 장벽까지 세워지면 미국의 청구서는 차원이 달라질 수도 있다. 다행히 지정을 번복시킬 외교적 공간이 없지 않다. 민감국가 지정을 사실상 결정하는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도 아직 공석이다. 정부는 비상한 대응에 나서 불안감을 해소하기 바란다. 미국도 하루빨리 민감국가 지정을 철회, 전방위적으로 협력 범위를 넓혀온 한미동맹에 신뢰의 금이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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