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D-10]
오차범위 내 접전 속 트럼프 지지율 상승세
해리스, ‘反트럼프’ 중도·부동층 포섭 전략
가능성 낮지만... 막판 ‘돌발 변수’ 땐 치명타
“7곳 모두 여전히 무서울 정도로 접전이다(terrifyingly close).”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참모가 23일(현지시간) 익명으로 AP통신에 한 말이다. 7곳은 사실상 대선 승부를 결정짓는 7개 경합주(州)를 가리킨다. 미국 대선은 총 득표수가 아니라 확보한 주별 선거인단 규모로 승패가 갈리는데, 나머지 43개 주는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워낙 커 개표 결과를 보나마나다.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 반영된 기세는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좋다. 특히 격전지 상승세가 뚜렷하다. 하지만 격차가 박빙이라는 사실은 그대로다. 미국 대선(11월 5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26일, 누가 승자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①판세: 50 대 50
8월 전당대회 이후 해리스의 허니문 효과는 수명을 다한 모습이다. 지난달 10일 TV 토론 ‘판정승’도 소용없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여론조사 전문기자 네이트 콘은 21일 “해리스의 우위가 사라졌다”고 썼다.
전국 단위 여론조사 지지율로는 지금도 해리스가 우위다. 24일 미국 선거 예측 사이트 ‘실버 불레틴’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해리스와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8.5%, 47.2%(최근 한 달 평균값)였다. 트럼프가 1.3%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으나 우열을 뒤집진 못했다. 이 사이트는 2012년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혀 유명해진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운영한다. 최근 트럼프의 상승세가 사실이라 해도, 열흘 안에 1.3%포인트가 쉽게 뒤집힐 격차는 아니다.
문제는 전국 지지율 우세가 승리를 보장하는 게 아니라, 경합주에서 한 표라도 이겨야만 하는 미국의 선거 제도다. 선례에 비춰 접전 양상은 트럼프에게 유리해 보인다. 그는 자신이 출마한 두 차례 대선에서 여론조사 지지율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유권자를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여론조사의 실패였다. 이번엔 트럼프 지지자의 특성을 표집과 해석에 충분히 반영해 오류 가능성을 줄였다는 게 조사 전문가들 얘기지만, 실제 그럴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실버는 23일 NYT 기고에서 “내 직감은 트럼프(의 승리)”라며 수많은 포커 게임 경험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그는 “누구의 직감도 믿으면 안 된다”며 “격전이 벌어지는 7개 주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1~2%포인트 차이인 올해 대선에선 (동전 던지기처럼) ‘50 대 50’이라는 게 유일하게 책임감 있는 예측”이라고 인정했다.
모두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지만 해리스가 미시간·위스콘신·네바다 3개 주,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애리조나 4개 주에서 각각 우세한 게 현재 구도다. 다만 선거인단(19명)이 가장 많은 최대 격전지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이날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지지율 조사 결과에선 해리스(50.0%)가 트럼프(48.2%)에 앞섰다. 쇠락한 북동·중서부 공업지대를 일컫는 ‘러스트벨트’(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를 석권해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한다는 게 해리스 측 ‘플랜A’다. 그러나 실버는 “한 후보가 최소 6곳을 휩쓸 확률이 60%”라고 했다. 편향이 특정 후보 쪽으로 작용했을 공산이 크므로, 양분보다는 한편의 압승이 더 개연성 있는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②전략: 결집 vs 확장
트럼프와 해리스의 막판 득표 전략은 판이하다. AP는 23일 “트럼프는 충성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해리스는 중도층 온건파를 노린다”고 짚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극단적이다. AP에 따르면 중도층을 포기한 듯한 행보를 보인다. 온건 보수 성향 여성은 거부감을 느낄 법한 인신공격을 해리스한테 줄기차게 가하는가 하면, 민주당 인사를 ‘내부의 적’으로 부르며 자기편의 적대감을 부추기는 식이다. 반대로 해리스는 트럼프의 이런 행태에 반감을 품은 공화당 지지자를 포섭하려 한다는 게 AP의 분석이다.
트럼프의 타깃은 젊은 남성이다. 제도권 방송 인터뷰 대신 팟캐스트와 온라인 쇼 출연 일정을 잡고, 종합 격투기나 축구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노골적인 구애다. 고물가와 불법 이민 급증 탓에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경제적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여기는 흑인·라틴계 남성의 민주당 이탈을 노리고 있다.
해리스는 정반대다. 트럼프의 극단적 언사가 못마땅한 공화당원, 대학 교육을 받은 보수 성향 대도시 교외 여성이 설득 대상이다. 이들을 포함하면 경합주 유권자의 최대 10%가 부동층이라고 해리스 캠프는 본다. 주력 도구는 임신중지(낙태)권과 민주주의 위협론이다. 막무가내인 트럼프가 미국 사회를 지탱해 온 자유를 제한 또는 박탈할 수 있다는 게 해리스 측 논리다.
③변수: 살얼음판은 쉽게 깨진다
정치 양극화가 심한 데다 양쪽 지지층 결속력이 강한 만큼, 열흘 안에 판도를 바꿀 대형 변수가 불거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남부 경합주의 허리케인 ‘헐린’ 피해 여파, 중동 위기나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정책 등이 해리스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미 드러난 변수이고 경제 회복세와 상쇄될 수 있다. 23일 공개된 “1992년 트럼프가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앞에서 내 몸을 강제로 더듬었다”는 전직 모델 스테이시 윌리엄스의 폭로가 트럼프 지지세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도 희박하다.
물론 역대 대선 직전 한쪽 후보에게 치명타를 입힌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돌발 사건)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 악재를 극복하지 못했고, 2020년 트럼프는 코로나19 발병에 발목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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