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아니라 극초음속 중거리" 직접 정정
미·영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맞대응일 뿐"
미국 "핵탄두 탑재 가능"... 젤렌스키 "확전"
WSJ "우크라 공습에 북한군 고위급 부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발사한 것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었다고 밝혔다. 당초 알려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니었다고 직접 정정한 것이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러시아에 발사한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한 미국·영국을 겨냥한 '보복성 조치'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이로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 모두 부담을 느끼며 자제해 온 중·장거리 미사일 사용의 족쇄는 완전히 풀어졌다. 1,000일을 넘긴 전쟁도 점점 확전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
푸틴 "서방 미사일에 대응"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 대국민 연설에서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신형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시험 발사해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공군은 자국 드니프로 지역을 향해 러시아군이 ICBM을 발사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미사일을 '헤이즐넛(개암)'을 뜻하는 러시아어 '오레시니크'라고 부른 뒤, "마하 10(초속 2.5~3㎞) 속도로 목표물을 공격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 세계 그 어떤 최신 방공 시스템도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에이태큼스(19일)와 영국의 스톰섀도(20일) 등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잇따라 공격한 데 대한 보복임을 분명히 했다.
미국도 러시아의 IRBM 발사 사실을 확인했다. 사브리나 싱 미 국방부 부대변인은 러시아가 발사 30분 전 '핵 위험 저감 채널'을 통해 발사 계획을 사전 통보했다며 "재래식 무기나 핵탄두를 실어 나르도록 개조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치명적 무력"이라고 설명했다.
ICBM 기반... "다탄두 탑재 가능"
러시아가 발사했다는 IRBM(사거리 3,000∼5,500㎞)은 러시아의 ICBM인 RS-26 모델에 기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는 ICBM(5,500㎞ 이상)보다 약간 짧지만, 하나의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된 여러 개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MIRV)'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MIRV 시험에 우려를 표했다. MIRV는 다수의 대상을 동시 공격할 뿐 아니라, 요격이 쉽지 않아 적국의 방공망을 뚫기 쉽다. 핵전략 전문가 파비안 호프만 오슬로대 연구원은 "미사일의 사정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서로 다른 목표물을 타격할) 여러 개의 탄두가 탑재 가능하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튜 세빌 영국 왕립연합군사연구소(RUSI) 책임자도 AP통신에 "MIRV 능력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서 제공받은) 첨단 패트리엇 시스템도 방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우크라군 공습에 북한군 장성 부상"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IRBM 발사를 "북한군 파병 이후 또 다른 확전"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다른 국가들도 표적이 될 수 있다며 국제사회 대응도 촉구했다. 실제로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한 국가의 군사 시설을 거론하며 "(러시아의) 무기를 사용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방 국가를 상대로 신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엄포였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나토 동맹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격전지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공습으로 북한군 고위 장성 한 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서방 당국자들을 인용해 같은 날 보도했다. 북한이 지난달 러시아에 군인 1만여 명 이상을 파병한 이후, 북한 고위 장교 중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서방 당국자가 밝힌 것은 처음이다. 부상자의 구체적 신원과 부상 정도는 알려지지 않았다. 미 국방부는 WSJ 보도와 관련,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지역에 위치한 북한군이 "절대적으로 (우크라이나군의) 정당한 공격 대상"이라는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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