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트럼프 설득해 관세 계획 뒤집어
재계 "모범 사례 쿡의 공략법 배우자"
2019년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관세 부과'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어떤 제품도 예외 없이 일괄 적용하겠다는 게 미국 정부 방침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알려진 것보다 완화된 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고, 중국에서 제조된 '전자제품'은 그 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켰다.
여기에는 "관세는 미국 내 아이폰 가격 인상을 불러 삼성전자 같은 경쟁사에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를 설득한 게 결정적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정부의 최종 관세안 발표 뒤 쿡 CEO는 텍사스주(州) 오스틴에 위치한 맥 조립 공장을 중국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원하는 것을 하나씩 주고받은 셈이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와 쿡 CEO 간 협력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다. 내년 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재계가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를 맺기 위해 뛰고 있는 가운데, "쿡 CEO가 좋은 본보기로 꼽히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들여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회사 이익을 트럼프의 관심사와 일치시킴으로써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모범 사례로 거론되고 있다는 뜻이다. 신문은 "쿡은 몇 년에 걸쳐 신중하게 대비한 식사 자리와 회의를 통해 트럼프 당선자와 개인적 관계를 형성했는데, 다른 많은 기업인은 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그런 쿡의 방식을 많은 사람이 배우기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비스트 대신 전화·식사하며 '직접 소통'
WSJ에 따르면, '트럼프 1기' 시절 쿡 CEO는 기존 관습과는 다른 방식으로 트럼프를 공략했다고 한다. 당시 재계에선 대관 업무 전담 임원이나 로비스트를 통해 백악관과 소통하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쿡 CEO는 트럼프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식사도 함께하며 친분을 쌓았다. 실제로 트럼프는 2019년 쿡 CEO에 대해 "남들이 통화를 안 할 때 그는 전화를 걸었다"며 "그래서 그가 정말 대단한 경영자라는 것"이라고 치켜세운 바 있다.
또 쿡 CEO는 트럼프를 만날 때면 단순한 수치로 대표되는 하나의 주제만 가져가는 전략을 썼다. 대화가 산만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쿡 CEO는 이번 대선 전에도 같은 방식으로 트럼프와 일찌감치 소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쿡 CEO가 자신에게 전화해 '유럽연합(EU)이 애플에 거액의 벌금을 물리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렸다면서 "유럽이 미국 기업을 착취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쿡 CEO의 공략법이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한 것이다.
"팀 쿡이니까 가능한 것" 회의론도
다만 쿡 CEO의 남다른 접근법이 다른 이에게도 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WSJ는 "애플처럼 잘 알려진 기업이 드물기 때문"이라며 "일부 로비스트와 기업 자문가들은 트럼프와 인연이 없는 이들이 그의 일정에 끼어들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트럼프 주변인과 먼저 친분을 쌓고 이를 통해 트럼프와 소통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으나, 이 역시 쉽지는 않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국 건강보험회사 에트나의 전 CEO인 론 윌리엄스는 "당신이 팀 쿡이 아니라면, 상대가 당신이 누구인지 알게 하기 위해서는 세 번, 네 번 이상 만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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