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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균형이 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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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 균형이 깨지다

입력
2024.12.24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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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이지현 9단 vs 백 박정환 9단
결승 3번기 1국
[59]

5보

5보


9도

9도


10도

10도


바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장점 중 하나는 바로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이란 역경이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마치 고무줄이 늘어났다가도 다시 원래 모양으로 돌아오듯, 스트레스나 역경 상황에서도 이를 이겨내고 심리적 안정을 되찾는 힘이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불확실성과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러한 회복탄력성의 유무가 중요해졌다. 바둑은 이런 회복탄력성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는 최적의 도구다. 매 수를 둘 때마다 승패의 갈림길에 서게 되고, 때로는 크게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도 하지만 이를 차분히 극복해나가는 과정에서 정신적 근력이 단련된다. 영재나 천재들이 겪는 심리적 취약성을 보완하는 데 특히 유용할 것이다. 이들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할 기회가 적었고, 이로 인해 역경에 대한 내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단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지현 9단이 백 대마를 잡으러 간 상황. 박정환 9단은 백1의 시간 연장책 이후 백5로 우하귀 패를 결행한다. 이때 패를 물러난 흑10이 중대한 실착. 대마 사냥만을 유일한 승부처라 보고 물러난 게 이지현 9단의 판단 착오였다. 9도 흑1, 3으로 일단 패를 버텼어야 할 장면. 패를 지면 하변 백돌도 못 살아있기 때문에 실리로도 압박을 줄 수 있는 변화였다. 실전 백21이 선수로 두어진 상황에선 실리 균형은 이미 무너진 상황. 박정환 9단은 백11의 타개수를 찾아내면서 중앙 백 대마의 탄력을 살렸다. 흑이 10도 흑1 방향으로 차단하더라도 백8, 10으로 두면 잡히기 어려운 형태. 결국 실전 흑26까지 외길 수순이 이어진다. 박정환 9단에겐 최후의 결정타가 필요한 장면이다.




정두호 프로 4단(명지대 바둑학과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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