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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내년 집값 향배를 두고 전망이 분분하다. 경기가 나쁘면 집값도 약세로 가는 게 순리지만 정책 등 ‘장외 변수’가 워낙 많아 밸류에이션이나 일반적 수요·공급 등 시장 변수만으론 판단이 어려운 게 국내 부동산시장의 특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방은 하락해도 서울·수도권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 서울에서도 강남3구 등 ‘똘똘한 한 채’ 인기는 유지돼 집값 양극화가 커질 것이라는 개략적 전망엔 큰 이견이 없다.
▦ 이견이 적은 준거 전망으론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의 분석이 꼽힌다. 주산연은 지난 19일 발표한 '2025 주택시장 전망'에서 내년 집값이 전국적으로 0.5% 하락, 지방 1.4% 하락, 서울과 수도권이 각각 1.7%와 0.8%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집값 하락 요인으론 경기침체와 대출규제, 지방 주택가격 상승 기대감 약화 등이 꼽힌다. 반면 상승 요인으론 금리인하, 서울·수도권 ‘똘똘한 한 채’ 수요, 대출규제 완화 가능성 등이 꼽힌다.
▦ 그런데 이런 전망과 달리 시장 불안을 더 증폭시킬 만한 이슈가 최근 불거지고 있다. 다름 아닌 ‘공급절벽’론이다. 주산연은 내년도 주택 분양물량을 25만 가구로 추산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합친 수치이며, 착공 시점과 통상 공사기간을 감안해 추정한 물량이다. 그럼에도 2017~21년 평균인 32만 가구에 못 미쳐 집값 상승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준공(입주) 물량 역시 33만 가구로 2017~21년 평균 52만 가구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봤다.
▦ 문제는 훨씬 극적인 공급절벽 자료가 부각되는 상황이다. 부동산R114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25개 건설사의 내년도 아파트 분양 물량은 14만6,000여 가구에 불과하며, 입주 물량 또한 26만여 가구로 11년 만의 최저치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선 이런 예측을 근거로 내년 하반기 이후 아파트 공급절벽 우려가 본격화하면서 서울·수도권 아파트값이 급등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 공공주택 인허가 물량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 가구로 결정했다지만, 당장 시장이 헷갈리지 않을 내년 아파트 공급자료부터 내는 게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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