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의 정상화를 지연시키고, 극심한 국정 불안정을 초래할 오판이 아닐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대행 탄핵안을 27일 국회에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등장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를 열어 마은혁·정계선(민주당 추천),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선출안을 의결했다. 앞서 한 대행은 대국민담화에서 여야가 합의부터 해야 한다며 임명 책임을 국회로 떠넘겼다. 그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기관 임명 등 대통령의 중대한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는 것이 헌법·법률 정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헌법은 재판관 9명 중 3명의 국회 선출 권한을 명시했다. 국회 추천 몫인 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 절차에 불과한 만큼 임명 거부로 국회 추천권을 인정하지 않는 게 오히려 위헌 소지가 있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도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이 정당하다는 입장을 낸 마당이다.
한 대행의 선택은 내란 수사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내란 동조자'라는 우려를 일축하고 권위를 바로세우기는커녕 혼란을 부채질하는 격이라 유감이다. 국론 분열을 막고, 국가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 대행이 재판관 3명을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
민주당은 어제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계엄에 적극 가담 △내란 상설특검 후보 추천 방기 등을 사유로 한 대행 탄핵안을 발의했다. 국회 탄핵 정족수가 151명인지 200명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탄핵안 가결 시 한 대행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중 누가 적법한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마저 있다. 민주당에선 '최 부총리가 낫다'는 말도 나오지만,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입장에서 대통령 고유 권한 행사 입지는 더욱 좁을 수밖에 없다. 당장 탄핵안을 처리하기보다 수권정당으로서 신중한 판단으로 난국을 풀기 바란다.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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