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강세 속 정치 불확실성 장기화에
원화 가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내년 1분기까지는 원화 약세 영향권"
달러당 원화 가치가 장중 1,466원까지 추락하며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글로벌 강(强)달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정치 상황이 다시 급박해지자 원화값이 속절없이 떨어졌다. 조만간 1,500원대를 찍을 수 있다는 암울한 관측도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4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464.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앞서 24일 야간 거래에서 기록한 연고점(1,460.3원)을 넘어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1,455.2원에서 출발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직후 1,460원을 돌파한 뒤 오후 3시 20분쯤 1,466원까지 뛰었다. 장중 고가 역시 금융위기 때인 2009년 3월 16일(1,488.5원) 이후 가장 높다.
환율 급등의 밑바탕이 된 건 달러 강세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대폭 줄인 뒤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안전자산인 달러로 자금이 몰렸다. 이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8.4까지 오르며 2년여 만에 108선을 돌파했는데, 이날까지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달러 강세는 아시아 통화의 상대적 약세를 야기해 원화 약세를 촉발한다.
여기에 국내 악재까지 가세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진정되는 듯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헌법재판관 임명을 둘러싼 갈등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 추진으로 장기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을 강하게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 권한대행 탄핵 가능성이 불거진 24일 저녁 달러당 원화값이 처음 1,460원을 찍었고, 이날도 “여야가 합의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는 한 권한대행의 대국민 담화와 야당의 탄핵 표결 예고 이후 원화 절하 폭이 확대됐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으로 내려오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정국 불안, 미국 새 행정부 집권 초기 우리 정부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성장률 하향 조정과 더딘 한미 금리차 축소 등이 원화 약세 압력을 자극할 것”이라며 “적어도 1분기까지는 영향권에 있고, 점진적으로 완화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기 위해선 미국 경기 우려로 달러가 약세 전환하는 경로가 유일해 보인다”면서 “안정되지 않으면 내년 1,500원대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환율과 연말 수급 공백 여파로 코스피는 전장보다 10.85포인트(0.44%) 내린 2,429.67에 거래를 마쳤다. 한 권한대행 담화로 정치 갈등이 부각되자 장중 낙폭을 키워 2,428.82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47포인트(0.66%) 하락한 675.64에 마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