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력 불용 약속하겠냐’ 묻자 “안 한다”
“캐나다 편입”… 멕시코만 개칭도 추진
중남미·북극권 중국 견제 목적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영토 욕심을 대놓고 드러냈다.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군대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의 팽창주의적 성격이 노골화하는 모습이다.
동맹에도 무력 사용?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연방의회의 대선 결과 인증 다음 날인 7일(현지시간), 미 플로리다주(州)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이후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었다. 1차 회견 때처럼 대미 투자 유치 홍보가 원래 목적이었지만, 폭넓은 주제의 문답이 진행됐다.
두드러진 것은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의 영토 확장 욕망이었다. ‘파나마운하와 그린란드를 장악하기 위해 군사적 또는 경제적 강압(Military or Economic Force)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수 없다. 둘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확언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은 그것을 약속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언가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거듭 확인했다.
논란이 불가피한 발언이다. 일단 일관성부터 결여돼 있다. 미국 CNN방송은 이날 “트럼프는 취임 뒤 전쟁을 피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그린란드를 자치령으로 둔 덴마크는 미국이 속한 안보동맹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다. 동맹국에도 무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파나마는 헌법상 군대가 없는 나라다. 아예 상대가 되지 않는다.
인수·합병 일가견 트럼프
명분은 국가·경제 안보다. 트럼프 당선자는 회견에서 파나마운하 운영 주체가 중국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러시아 선박들이 그린란드를 누비고 다니게 놔둘 수 없다고도 했다. 운하 사용료를 낮추고(파나마), 희토류 광물을 확보하는(그린란드) 것은 공급망 안정을 위한 급선무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세계 최대 군사력을 토대로 새 영토를 병합하거나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심산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국제 분쟁에 가급적 덜 개입하려 했던 집권 1기 당시 고립주의적 대외 정책이 진화했다는 얘기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대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돼야 한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수차례 언급 △“멕시코만 이름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겠다”는 그의 이날 회견 발언을 팽창주의의 근거로 꼽았다. 미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1980년대 인수·합병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선 중남미·북극권에서 패권 라이벌 중국을 견제하는 게 합병 위협의 실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앞마당인 중남미에서 중국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파나마를 미리 단속하고 북극권의 군사적 이용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풍력발전소 건설 중단”
이날도 관세는 트럼프 당선자의 협상 지렛대로 거론됐다. 그는 “그린란드의 독립이나 미국 편입 결정을 방해하면 덴마크에 매우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동맹 압박 역시 여전했다.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하라고 나토 회원국에 요구했는데, 이는 기존 가이드라인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대한 경고도 내놨다. 트럼프 당선자는 현재 가자지구에 역류된 인질이 자신의 취임 때까지 석방되지 않을 경우 “중동에서 지옥이 펼쳐질 것이고, 그것은 하마스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친(親)환경 정책을 계승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미국 연안 시추(신규 원유·가스 개발) 금지 조치를 취임 첫날 취소하겠다” “어떤 풍력발전소도 지어지지 않는 정책을 갖게 될 것” 같은 언급을 통해서였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2021년 1·6 의사당 폭동 사태 연루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사면을 단행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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