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파나마운하 눈독 노골화 트럼프
덴마크 총리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 아냐"
파나마 외무장관 "주권은 협상할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군사적·경제적 강압'까지 시사하며 덴마크령 그린란드·파나마운하를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재차 드러내자, 덴마크와 파나마도 일제히 '주권은 거래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당장 단호한 거부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트럼프 당선자의 막무가내 행보에 잔뜩 긴장한 표정도 역력하다.
덴마크 총리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
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덴마크 TV2방송에 출연해 "덴마크 정부 관점에서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들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린란드 총리(무테 에게데)가 이미 말한 것처럼 그린란드는 판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지난달 22일 트럼프 당선자가 "2기 행정부에서 그린란드 매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프레데릭센 총리가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다만 불안감도 엿보였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그린란드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성격의 결정을 내린다면 덴마크 정부로서 그것을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란드가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추진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행법상 그린란드는 주민투표를 통해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데, 실제로 트럼프 당선자는 이날 "그린란드 주민들이 독립 또는 미국으로의 편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덴마크가 이를 방해하면 덴마크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앞서 그린란드의 에게데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식민주의 족쇄를 제거해야 한다"는 미묘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공교로운 대목은 트럼프 당선자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이날 그린란드를 '당일치기'로 방문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주니어는 겉으로는 "관광객으로서 그린란드를 찾은 것"이라면서도 '완전히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5시간가량 머무는 짧은 일정에도 덴마크 식민주의 상징인 덴마크·노르웨이 선교사 한스 에게데 동상을 찾았고, 그린란드 주민들과 만나 '그린란드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고 적힌 모자를 나눠 줬다.
파나마 "운하, 미국에 줄 수 없는 우리 영토"
파나마도 '협상 불가' 입장을 폈다. 하비에르 마르티네스-아차 파나마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운하는 우리 투쟁의 역사이자 돌이킬 수 없는 영토의 일부"라고 밝혔다. 파나마는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미국으로부터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넘겨받았다. 1914년 이후 85년 만이었다.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자 취임(20일) 때까지 (운하 반환 요구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31일 파나마운하 통제권 이양 25주년 행사에서 "1㎡도 내줄 수 없다" "반환 요구는 역사적 무지에서 나온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낸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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