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탈당 진지하게 고려해보라 했다"
김상욱 "보수 가치 지키기 위한 것...탈당하지 않겠다"
지난달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 본청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을 앞두고 탄핵 찬성을 호소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김상욱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당내 소장파인 초선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벌인 12·3 불법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을 위한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다. 그러나 권 원내대표의 탈당 요구는 국회법은 물론 국민의힘 당헌과도 맞지 않는 초법적 행태일 가능성이 있다.
권성동 "탈당 진지하게 고려해보라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이 부결된 이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김상욱 의원에게 '탈당을 진지하게 고려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김 의원은) 계속해서 당론과 반대의 행위를 하고 밖에 방송이나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당론과 반대되는 행위를 했는데, 함께하기 어려우면 같은 당을 할 수 없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앞서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는 야당이 주도한 내란·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에 대해 "보수 궤멸을 부를 것"이라며 반대 당론을 채택했다. 이날 본회의에서 두 법안에 대한 재표결은 부결됐지만 국민의힘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왔다.
하지만 당론을 어겼다고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근거가 희박하다. 국회법 114조의 2항은 '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서 소속 정당의 의사에 기속되지 아니하고 양심에 따라 투표한다'고 정하고 있다. 소신 투표를 한 소속 의원에게 탈당을 요구하는 것은 해당 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당헌 60조 역시 '의원은 헌법과 양심에 따라 국회에서 투표할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항에서 '당론에 반대되는 투표를 했을 때 의총 의결로 그에 대한 소명을 들을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만 이는 탈당 요구와는 거리가 먼 조치다. 권 원내대표가 별다른 근거 없이 지위를 남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을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휘젓고 있다. 연합뉴스
김상욱 "보수 가치 추구 위한 것...탈당하지 않겠다"
김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탈당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보수 정당은 보수의 가치를 추구해야 하는데 보수의 가치는 헌정질서와 자유 민주주의 수호가 가장 기본"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당에 충성을 하고 있는 것이고, 반대로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추종자들은 보수의 가치를 훼손하고 그것을 정당화시키려는 해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수가 많다고 해서 자기들이 옳다고 하는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져서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것"이라며 "보수주의와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수 정당에서 있을 수 없는 마녀사냥이자 매카시즘"이라고 비판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권영세 "공식 논의된 바 없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의원 탈당이 필요하다는 권 원내대표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본보 문의에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고 거리를 뒀다. 다만 '논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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