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오세아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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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국가 중 처음으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협의체)의 10번째 공식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이미 브릭스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참여하고 있으며, 2024년에는 태국과 말레이시아가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브릭스 가입은 중국의 다자외교 전략에서 큰 의미가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 소다자주의를 '선택적 다자주의'라고 비판하며, 자국 중심의 다자주의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러시아·인도·중국(RIC), 상하이협력기구(SCO),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등 다양한 다자 플랫폼을 활용해 왔으며, 브릭스를 '글로벌 사우스'를 대표하는 협력체로 부각시켰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 5~11일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 중국 외교부장이 새해 첫 순방지로 아프리카를 선택하는 전통을 35년째 이어갔다. 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에서 중국의 외교 기반을 강화하려는 의도다.
중국은 트럼프 2기 출범을 다자외교 세력 확장의 기회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때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도 첫해를 제외하고 3년 연속 불참했다. 당시 아세안 정상들은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 주도 다자협력을 경시하는 '선의적 무시(benign neglect)'를 이번에도 재현한다면, 중국은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자국의 다자외교 공간을 확장하려 할 것이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약점 중 하나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중국이 트럼프 2기 동안 이 약점을 더욱 공략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 한국 등과 협력해 양자 및 소다자 차원에서 인프라 투자와 협력 방안을 모색했으나, 중국의 방대한 자본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한다면, 중국은 '개발'과 '원조'를 중심으로 다자영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다. 향후 동남아 주요 국가들이 중국 주도 다자협력에 참여하는 양상과 그로 인한 역내 정치·경제적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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