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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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일본 총리가 2월 6~8일 간 워싱턴을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7일)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일본에 대해서 거의 언급한 것이 없었고, 당선 후 이시바 총리와의 통화도 5분 정도에 끝나 일본에서는 여러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미일 정상회담이 트럼프 취임으로부터 3주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성사되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여러 현안들이 다뤄질 전망인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가장 주시해야 할 부분은 북핵 문제를 둘러싼 동북아 안보 지형의 향방에 관한 논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김정은은 "핵능력을 갖고 있다"고 언급, 국제적으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김정은과의 대화 재개 의지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북한을 실질적 '핵보유국'으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에, 일본은 트럼프 1기 북미 정상회담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던 경험을 상기하며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27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북핵과 미사일 개발은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트럼프 정권과 견고한 신뢰·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북한에 대한 대응에도 긴밀한 의사소통을 꾀하겠다"고 언급하였다. 그로부터 이틀 후인 29일 백악관이 트럼프 1기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입장을 정리하면서 논란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대비해 안보 측면에서 3가지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동맹으로서의 의무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특히 오키나와는 물론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조약 제5조 적용 대상임을 확실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지난달 31일 있었던 헤그세스-나카타니 겐 국방장관 간 첫 전화회담을 통해 확인된 바 있으나, 정상회담에서도 확실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둘째, 방위비 확대를 통한 자체 방위력 증강이다. 일본 정부는 동맹의 역할 분담을 강조할 트럼프 재집권을 염두에 두고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예산안을 전년 대비 10% 가량 늘린 역대 최대 금액으로 책정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총리 당시인 2022년 12월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하고 2027년까지 방위 관련 예산을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셋째, 한미일 안보 협력의 유지 및 강화다. 한국의 정치적 공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3일, 트럼프 취임 일주일을 앞두고 이와야 다케시(岩屋 毅) 외무상이 서울을 찾아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 등 한미일 협력체계 유지에 힘쓰는 모습인데, 이 부분 역시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재강조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할 것이다. 일본이 미일 동맹을 통해 북핵 의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적 혼란 상황이 계속되는 국면에서 한국 안보에 일견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한국의 주도권이 약화되거나 심지어 패싱될 리스크도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이 전략적 의제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만큼, 추후에 미국과 일본이 짜 놓은 판에 순응할 수밖에 없거나 그로 인해 국민적 반감이 재점화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동북아 안보의 숨은 축을 움직이는 지렛대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은 일본의 외교·안보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한반도와 동아시아에서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 구상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외교적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외교·안보 실무 라인이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함은 물론, 외교 분야에 특화된 국회의원들의 외교적 활동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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