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단체 주관 없이 동시다발 모여든 인파
전광훈·신의한수 등 "서부지법 가라" 방송
난입 46명 체포... 82만 유튜버 '젊은시각'도
우파 유튜버 단체에선 "즉각 석방하라" 회견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는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격분한 극렬 지지자들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합작한 초유의 사법부 테러 사건으로 역사에 남게 됐다.
법원에 몰려든 이들은 동일한 단체 소속은 아니었지만 "불법 영장을 내준 법원을 응징해야 한다"는 비뚤어진 일념으로 결집했다. 100만 명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극렬 보수 성향 유튜버와 '태극기 부대'로 통하는 강성 우파 진영 수장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장외에서 기름을 부었다.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부터 이틀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인근에는 수만 명의 인파가 운집했지만 정식 신고된 집회는 한 건도 없었다. 대부분은 '게릴라'식으로 모인 인파였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집회를 열기 위해선 관할 경찰서에 예상 참가 인원과 장소 등을 신고해야 하며, 법원 청사에서 100m 이내에선 옥외 집회 또는 시위가 금지돼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지지자 수십 명은 이를 어기고 전날 새벽부터 법원 정문 앞에서 자리를 지키다 강제해산됐다. 이후 윤 대통령 구속심사가 시작되자 1만 명(경찰 비공식 추산)을 넘긴 인파가 경찰 저지선을 뚫고 법원 담장까지 밀고 들어갔다.
이번 집회는 특정 단체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다. 대신 일부 보수단체와 유튜버들은 현장에서 방송 장비를 동원해 구호를 외치는 등 집회 외형을 갖추거나 사람들을 보내 '화력'을 보탰다. 18일 오후 유튜버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확성기 시설이 설치된 차량 위에 서서 "불법체포" "영장기각" 등을 선창하자, 차량을 둘러싼 수천 명이 따라 외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강성 우파 '아이콘'으로 통하는 전광훈 목사가 18일 자신이 이끄는 단체가 개최한 광화문 집회에서 "서부지법에 안 나타나시는 분들 형사 처벌하겠다"고 말하자, 광화문 인파가 대거 서부지법 앞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고성국TV' '신의한수' 등 구독자가 100만 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서부지법으로 가야 한다"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부추겼다. 한남동 관저 앞에서 대통령 수호 집회를 이끌던 이들의 호소에 오후 6시까지 3만6,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집결했다. 20대부터 7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구호로 가득 찼던 집회 현장 분위기는 윤 대통령 구속을 기점으로 돌변했다. 이날 오전 3시쯤 윤 대통령의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100명가량의 무리가 격분한 채 경비를 뚫고 서울서부지법 후문으로 향했다. 그때부터 2030 남성들이 선두에 서서 방패를 든 경찰관들을 힘으로 밀어붙이며 쓰러뜨렸다. 이들은 경찰 방패를 빼앗거나 소화기를 집어들어 창문과 출입문 유리창을 깨며, 무리가 줄줄이 법원 청사로 침입하도록 길을 텄다. 이들은 법원 청사 계단을 오르내리며 건물을 샅샅이 훑다가 경찰에 모조리 체포됐다. 현장 난입 혐의로 체포된 46명 중에선 2030세대 남성이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체포된 이들 중엔 현장을 생중계하던 유튜버들도 여럿 있었다. 유튜브채널 '락TV' 운영자는 시위대를 따라 건물 내부에 들어갔다가 경찰에 특수건조물침입 혐의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구독자 82만 명의 보수 유튜브 채널 '젊은시각' 운영자 송모(32)씨는 오전 5시쯤 법원 건물 밖에서 경찰과 대치하던 현장을 중계하던 중 경찰에 체포돼 연행됐다. 송씨는 체포 전 생중계 방송에서 "체포된 2030세대가 연락 주면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거나 "불법을 저지른 건 윤 대통령의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아니냐"며 폭력 행위를 옹호했다.
일부 보수단체는 법원 난입에 가담한 이들을 후방에서 돕기도 했다. 배인규 신남성연대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 생중계를 통해 "시민들이 화나서 유리를 깨는 영상들을 촬영했던 유튜버가 있다면 채증당하니까 흥분을 잠깐 가라앉히고 삭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경찰과 검찰은 이번 사태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지만, 시위대의 목소리는 움츠러들지 않고 있다. 이날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불법 구속을 중단하라"며 서부지법 정문 앞부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도보 행진한 뒤 헌재 앞에서 미신고 집회를 벌였다. 행진 예고 포스터를 인터넷 게시글에 올린 작성자는 "개인들이 참여할 뿐 주최는 없다"고 밝혔다. 서부지법 앞에서도 지지자들이 "애국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한두 명씩 온 것이지 집회가 아니다"며 이틀째 미신고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이날 헌재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한 남성 1명 등 3명을 건조물침입 및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서부지법 앞에서도 1명이 추가 체포됐다.
한편 '신의한수' 신혜식 대표 등이 속한 우파 유튜버 단체 '자유유튜브연합회'는 이날 오후 "체포된 이들을 즉각 석방하라"는 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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