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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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공식 취임했다. 역사상 두 번째로 당선 후 낙선하고 다시 당선된 '징검다리' 대통령이다. 최근 20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득표율에서도 이기면서 당선된 공화당 대통령이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건 트럼프가 바꾸어 놓은 공화당 체질이다.
전통적으로 민주당은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집약하는 '정책연합'에 가까웠던 반면, 공화당은 보수 이념을 실현하는 '이데올로그' 정당이었다. 하지만, 2024년 공화당 지지 유권자 특징을 보면, 공화당도 정책연합으로 이동하고 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경제적 보수주의자뿐만 아니라, 기독교적 전통을 정부가 장려하길 원하는 그룹과 경제적으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는 저학력 백인계층까지 이념적 분포가 다양하다. 시장이 국경을 넘어서도 잘 작동한다고 믿는 '국제주의자'와 미국 내 이익을 우선하는 '고립주의자'가 공존한다. 기업 이익을 보호하던 공화당은 이제 저소득층이 더 많이 지지하는 정당이 되었고, 히스패닉 지지도 크게 증가했다.
공화당이 '빅텐트'로 변모하면서 여론 양상도 바뀌었다. 원래 미국인들은 추상적 정책목표에 대해서는 공화당에 가까웠지만, 구체적 정책 하나하나는 민주당의 대안을 선호해 왔었다. 하지만, 연초 뉴욕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이제 공화당의 전반적 이미지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공화당의 개별 정책들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대 초반으로 낮지만, 그가 주장하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예외 없는 대규모 추방"은 55% 비율로 찬성한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수준을 낮추라는 국민이 53%, 트랜스젠더에 우호적인 정책을 원치 않은 비율도 77%나 된다.
그러나, 빅텐트 정당은 내부에서 분열과 다툼이 잦을 수밖에 없다. 정부 부채한도 유예, 그린란드에 대한 무력사용, 일괄적 관세 등 트럼프가 원하는 정책 중 몇 가지는 공화당 내부 반대로 물 건너갔다. 고숙련 노동자 비자 확대에 대한 찬반이 격렬하고, 낙태에 대한 전국적 금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지난 몇년간 트럼프는 공화당 지지율을 높이고 새로운 에너지를 불러오면서 공화당을 변화시켰다. 하지만, 그가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수록 빅텐트 공화당의 불안정한 모습이 외부에 드러나고 있다. 지금까지 잘 조정되고 규율된 모습의 공화당이 지지기반 확대라는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눈여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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