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젊은시각' '김사랑시인' 등
삭제한 서부지법 폭력 생중계 영상 보니
"카메라 들고 경찰 찍어야 안 잡힌다"
“현장10만 명 모여야 尹 풀려나” 선동
“법원 문 부수고 들어왔다” 진행까지
“시위자 행동 방조, 공범 가능성”
"선동 해당, 소요죄 공동정범도 가능"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영장이 발부된 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난입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여러 극우 유튜버들은 현장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생중계했다. 경찰 수사에 사용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로 일부 영상이 추후 삭제됐으나, 한국일보가 삭제된 영상을 살펴본 결과 폭력을 선동하거나 무단 침입을 실토하는 등의 내용이 확인됐다. 이들 중 현장서 체포된 1명은 사태 당일 국내 유튜브 채널 중 공식 후원금(슈퍼챗) 액수 1위를 기록했다.
시위대 얼굴 가려주고, '안 잡히는 법' 조언까지
폭력사태 당시 현장 실시간 영상을 송출한 구독자 10만 명 이상의 극우 유튜버 중 '젊은시각' '김사랑시인' 등 2개 채널은 20일 이후 문제의 영상을 삭제했다. 본보는 젊은시각 채널에서 삭제된 약 3시간 27분 분량의 영상과 김사랑시인에서 삭제된 14분 이상의 영상이 온라인에 올려진 것을 보고 내용을 확인했다.
삭제 영상에서 젊은시각 운영자 A씨는 19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1시간여 전부터 서부지법 주변을 배회했다.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과 계엄의 당위성 등을 답습한 콘텐츠로 구독자 84만 명을 모은 그는 오전 2시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부지법에 침입하는 시위대를 따라 경내로 들어간 뒤 건물 정문 앞 기물을 무차별 파손하는 모습을 송출했다. "시위대 얼굴이 나오면 안 된다"며 손으로 카메라 렌즈를 수분간 가리고 물건 부수는 소리만 내보내기도 했다.
법원 난입 현장에선 시위대를 독려하거나 선동하는 듯한 행위도 포착됐다. 경찰이 '불법행위는 현행범으로 체포한다'는 확성기 방송을 여러 차례 했지만 A씨는 시위대에게 "국민저항권이 발동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부지법 후문을 강제로 개방하는 시위대를 비추며 "10만 명은 나와야 윤 대통령을 구속 못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카메라를 들어야 경찰이 함부로 못한다. '최전선'의 분들(시위대)은 카메라 동영상 켜고 들어가서 경찰을 촬영하라. 맨몸으로 들어가 경찰에 채증 당하면 불리하다"고 조언했다.
시위대가 경찰의 바리케이드를 사용해 법원 후문으로 들어오려는 경찰을 막는 장면도 그대로 송출했다. A씨는 그렇게 2시간여 동안 총 3차례에 걸쳐 시위대와 함께 서부지법 경내를 드나들다 이날 새벽 5시 8분쯤 법원 후문 내에서 현행범으로 붙잡혔고 22일 구속수감됐다. 이날 A씨의 영상은 약 4만2,000명이 동시 접속했고 총 43만 회 조회됐다.
해당 영상을 분석한 오지원 변호사(전 수원지법 판사)는 "유튜버가 경찰의 불법행위 현행범 체포 고지를 듣고도 계속 적법하다는 식으로 주장하며 시위자를 독려하는 행위 등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내지 건조물침입 파괴 등 시위자들의 행동에 대한 공범 내지 방조 혐의가 있다"고 했다. 오 변호사는 시위대의 행동에 대해서도 "경찰의 바리케이드로 경찰을 막는 행위는 직접적인 특수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법원 문 박살내고 들어왔다"
구독자 10만 명을 보유한 김사랑시인 운영자 B씨도 이날 시위대와 함께 서부지법 경내로 진입한 사실이 삭제된 영상에서 확인됐다. 그는 "여기 지금 법원 (후)문을 박살내고 들어왔다. 법원 안으로 왔다"며 건조물 무단침입 사실을 실토했다. 또 경내에서 "이건 5·18이고 민주화 운동"이라고 소리쳤다. 김사랑시인 채널의 이날 동시접속자 수는 1만4,000여 명에 달했다.
해당 영상에 대해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만약 시위대의 행위에 소요죄(다중이 모여 폭행, 협박, 손괴 등을 저지르는 범죄)가 성립한다면 현장서 건조물 침입 상황을 말하고 공유하는 행위도 공동정범(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것)의 죄목이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젊은시각과 김사랑시인은 삭제된 서부지법 난입 및 폭력 영상으로 짭짤한 수입도 챙겼다. 유튜브 글로벌 순위집계 플랫폼 '플레이보드'에 따르면 두 채널은 18일 오전~19일 오전 국내 유튜브채널 중 공식후원금 규모 1위와 5위에 올랐다. 특히 이날 젊은시각의 후원금 액수(745만 원)는 극우 유튜버 중 후원금 액수 최상위권인 신의한수 채널의 후원금(545만 원)도 넘어섰다.
본보는 23일부터 두 채널 운영자 등에게 영상 삭제 경위를 비롯한 입장을 듣고자 연락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그라운드C, 전광훈 등 '장외 선동' 발언 답습
A씨 등의 삭제 영상에는 청년우파를 표방하는 유튜버 '그라운드C'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이 폭력사태 이전 서부지법 주변에서 해 온 장외 선동의 영향을 받은 듯한 흔적도 발견됐다. A씨는 '청년'이란 단어를 10차례 이상 언급하며 그들이 서부지법에 많이 나와야 한다고 반복했다. 사태 발생 이틀 전 그라운드C의 김성원 대표도 서부지법 앞에서 "청년들 빨리 다 나와라, 일정 수준을 넘으면 '다음 스텝'을 어떻게 밟을지 고민해보겠다, 경찰이 겁 먹을 정도로 인원이 늘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삭제 영상 속 시위대는 "경찰들도 (법원 측에) 저항을 하라!"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근거없는 '국민저항권'도 수차례 주장했다. 실제로 사태 발생 전날 서부지법 앞 집회에 나온 전 목사는 "지금부터 국민저항권 안 따르는 공무원·경찰 모두 감방에 갈 준비 하고 있으라고!"라고 외치기도 했다.
앞서 극우 유튜버들에게도 설 선물을 보낸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그 유튜버들이 선동한 게 아니고 단지 현장 상황을 알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서부지법 앞 유튜버들의 발언이 선동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일상적인 선동에 해당한다"고 했다. 김 연구위원은 "폭력 현장에 없었어도 소요죄 교사 등으로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서 교수는 "유튜버들의 행위를 '내란 선동'으로 처벌하긴 어렵다"면서 "서부지법에 모인 일반 군중의 행동을 헌법질서를 뒤집고 한 지방의 평온을 해칠 물리력을 쓴 '내란'으로 보긴 어렵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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