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주총 다음날 양측 모두 기자회견 개최
MBK "최윤범 형사 고소" VS 고려아연 "대화"
MBK 역제안 "불법 인정, 주총 복구하면 가능"
고려아연 "불법 아냐"..MBK "대화할 이유 없어"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고려아연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대타협을 위한 대화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MBK는 이런 제안에 "영풍 의결권을 제한한 방식이 불법이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임시 주총으로 결의된 사안을 모두 원상복구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런 탓에 양측은 한동안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측은 임시 주총 과정에 대한 불법성을 인정하고 있지 않고 MBK는 "우리가 내건 조건을 실행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MBK "최윤범 형사고소"...고려아연 "대타협하자"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2024년 12월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스1
고려아연과 MBK는 임시 주총과 관련해 24일 각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작은 MBK였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임시 주총이 불법적으로 진행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BK는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해 손자회사인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이용해 영풍 주식을 사들여 순환출자 구조를 만든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기 때문에 최 회장을 상대로 형사 고소를 하겠다고 나섰다.
최 회장 측은 임시 주총을 하루 앞둔 22일 고려아연의 손자회사 SMC가 영풍 주식 10.33%를 취득,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에 해당한다며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의결권을 제한했다. 실제 임시 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은 제한됐다. 이를 바탕으로 최 회장에게 유리한 '이사 수 상한 19인' 안건이 통과됐고 새로운 이사 7인도 최 회장 측 인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후 이어진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는 정반대의 메시지가 나왔다. MBK에 "대타협을 하자"고 제안한 것.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어제(23일) 임시 주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고려아연은 국가 기간 산업을 이끄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는 점에서 더 이상 소모적 다툼은 그만하고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운을 뗐다. 박 대표는 이어 "MBK에 이사회를 개방하고 경영 참여의 길도 제공하겠다"며 "더욱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을 언제든 만들고 함께 소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결국 평행선 달리는 양측...더 강도 높은 다툼 가능성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이 전날 임시 주주총회 결과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제중 부회장, 박기덕 대표이사, 신봉철 노조부위원장. 연합뉴스
고려아연의 대화 제안에 MBK는 역제안을 했다. "임시 주총이 불법적 방식으로 진행된 점을 인정하고 임시 주총으로 결의된 사안을 모두 원상복구하라는 것"이다. 불법성을 인정하면 새로운 주총을 열어 앞선 주총에서 가결된 사안에 대한 변경 또는 취소 의결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MBK 관계자는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대화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상대편(MBK)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위법이다, 불법이다, 탈법이다 이런 표현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맞섰다. 그는 이어 "그래도 저희가 불법을 하겠느냐"며 "충분한 (법률적인) 검토를 했다"고 덧붙였다. MBK는 박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이 알려지자 "불법이 아니라고 하니 대화를 할 이유가 없다"고 강하게 선을 그었다.
결국 양측 사이에 대화 테이블이 마련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다툼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MBK가 최 회장 측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하거나 수사기관에 고소할 경우에는 조사, 수사 국면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MBK는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도 병행하기로 해 경영권 분쟁의 향배가 다시 법원에서 결정되는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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