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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우유푸딩'을 한국 편의점에서 판다?…세븐일레븐, 페리에 싣고 현해탄 건넜다

입력
2025.02.13 04:30
수정
2025.02.13 10:5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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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하요 저지푸딩' 국내 출시
소비 기한 3주 불과하고,
상온 노출 시 상할 수 있어
오사카~부산 페리 묘수
13일 만에 전국 매장 도착
한 달여 만에 25만 개 완판

편의점 세븐일레븐 직원이 일본에서 직소싱한 '오하요 저지푸딩'을 들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편의점 세븐일레븐 직원이 일본에서 직소싱한 '오하요 저지푸딩'을 들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1일2푸딩은 기본에 10개씩 포장해서 갖고 오던 저지푸딩" "일본 안 가도 되겠다"


2024년 말,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일본 '오하요 저지푸딩(저지푸딩)' 국내 출시 소식을 전하자 이 같은 댓글이 달렸다. 이는 일본 편의점 푸딩 1위 제품이다.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의 '먹킷리스트(꼭 먹어봐야 하는 현지 음식)' 푸딩으로 꼽힌다. 맛도 맛이지만 일본 현지에서만 접할 수 있어서다. 냉장 유제품이다 보니 해외 직접 구매도, 기내 반입도 불가능하다.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위탁 수하물로 부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제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살 수 있게 됐다.

세븐일레븐이 저지푸딩을 직소싱하는 과정은 난관의 연속이었다. 소비 기한은 단 19일. 이 안에 수출입 신고나 검역 같은 행정 절차부터 운송, 판매까지 끝내야 했다. 또 우유 함량이 높다 보니 실어날으는 과정에서 10도 이하를 유지하지 않으면 푸딩이 상하거나 변질될 수 있었다. 사실상 신선식품과 다를 바 없는 이 제품을 최대한 빠르면서도 안전하게 수송해야 하는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한국일보는 지난 1월 22일 김혜성(33) 세븐일레븐 상품기획자(MD)를 만나 답을 들었다.



한국 편의점엔 맛있는 푸딩이 없다?

김혜성 세븐일레븐 글로벌소싱∙PB팀 상품기획자(MD). 세븐일레븐 제공

김혜성 세븐일레븐 글로벌소싱∙PB팀 상품기획자(MD). 세븐일레븐 제공


프로젝트 시작은 2023년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세븐일레븐은 글로벌소싱∙PB팀을 새로 만들었다. 경쟁 편의점에는 없는 해외 인기 상품을 직접 들여와 단독 판매해보자는 뜻이었다. 과자∙푸딩 등 각 나라 1위 제품을 정리하던 '막내' 김 MD 눈에 저지푸딩이 들어왔다. 일본에 여행갈 때마다 사먹던 제품이었다. 녹진한 우유의 풍미, 끊기지 않는 푸딩 식감이 떠올랐다. 문득 이 제품을 들여올 수만 있다면 초대박 상품이 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국내 디저트 시장은 꾸준히 커지지만 경쟁력 있는 푸딩은 찾기 어려웠기 때문. 그렇게 같은 해 10월 김 MD는 직소싱에 나섰다.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소비 기한이 짧은 냉장 유제품의 직소싱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비행기는 물류비가 비싸 적절한 값에 팔 수 없었다. 저렴한 화물선으로 보내자니 운항 지연 등 변수가 많았다. 김 MD는 1999년 첫선을 보인 저지푸딩이 26년 동안 한 차례도 일본 바깥으로 수출된 적 없었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머리를 싸매던 그는 한·일을 오가는 고속 페리의 존재를 알았다. 매주 수요일 오후 3시 오사카항을 출발해 다음 날 오전 10시 부산항에 도착했다.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스케줄을 기본값으로 놓고 전후(前後) 생산∙운송 일정을 짜는 시뮬레이션에 나섰다.


바닷길·육로 1200km '영상 8도'로 옮겼다

오하요 푸딩

오하요 푸딩


가령 수요일 오후 3시 페리에 푸딩을 실으려면 오사카항에서 약 180km 떨어진 일본 오카야마(岡山)현 오카야마시 공장에서 당일 오전엔 냉장 탑차가 떠냐야 했다. 그러려면 나흘 전 일요일 푸딩이 만들어져야 했다. 수출입 신고에 사흘 정도 걸리기 때문. 이후 페리를 타고 600km 바닷길을 달려 부산항에 내리면 수만 개 푸딩에 일일이 제품 정보를 담은 한글 스티커를 붙이고 사나흘(영업일) 동안 방사능 검사 등 검역 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리고 다시 냉장 탑차에 실려 380km를 이동해 매장(서울 기준)에 도착하니 소비 기한 6일이 남았다.


오하요 저지푸딩. 세븐일레븐 제공

오하요 저지푸딩. 세븐일레븐 제공


김 MD는 "매장에서 이틀 정도면 다 팔릴 거란 확신이 있어서 이 정도면 충분했다"며 "이 일정을 짜는 데 9개월이 걸렸다"고 했다. 촘촘히 짜인 페리 루트를 받아본 오하요유업에서도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그리고 1년이 지난 2024년 12월 21일, 전국 세븐일레븐에 저지푸딩이 깔렸다. 예상은 적중했다. 저지푸딩은 5회 차까지 25만 개 물량이 모두 팔렸다. 일본 현지 소매가(181엔∙1,700원)의 두 배인 4,000원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반응이 폭발적인 셈이다. 그는 "상온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냉장 가능한 리퍼 컨테이너를 쓰는 등 물류비가 많이 드는 데다 유제품이라 관세가 높다"며 "마진이 별로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세븐일레븐이 직소싱에 공들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김 MD는 "다른 편의점들이 들여올 수 없는, 세븐일레븐에서만 살 수 있는 독창적 상품"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해외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는 그는 "현지에서 맛본 제품에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이런 수요에 발맞춰 세계 1등 상품을 꾸준히 국내에 들여오겠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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