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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자지구 장악·소유, 이란엔 최대 압박”… 트럼프 ‘중동 구상’ 윤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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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가자지구 장악·소유, 이란엔 최대 압박”… 트럼프 ‘중동 구상’ 윤곽

입력
2025.02.05 18:30
수정
2025.02.05 21: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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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와 회담서 팔 주민 이주 제안
재건 명분 사실상 추방… 논란 가능성
노골적 친이스라엘, 아랍국 반발 난관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가자지구 점령·소유’를 선언했다. 16개월간의 전쟁으로 초토화한 이 지역에 미국이 직접 들어가 ‘부자 동네’로 되살리겠다는 폭탄 발언이다. 자신의 정치 입문 전 직업(부동산 개발업자) 경험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자지구 재건 대책을 내놓은 셈이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다. 사실상 가자 주민 추방을 뜻하는 ‘팔레스타인인 강제 이주’ 방침을 함께 내놓았다는 점에서 노골적인 이스라엘 편들기이자, 미국 영토 팽창 야욕을 또다시 드러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중동 내 핵심 반(反)미국 세력 이란의 돈줄을 끊기 위해 집권 1기 당시 ‘최대 압박’도 재개할 참인데, 도리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과격 일변도인 ‘트럼프표(標) 중동 구상’ 윤곽이 격렬한 논란과 파장을 부르는 모습이다.

개발된 가자지구엔 누가 사나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가자지구를 장악(take over)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를 소유(own)하려 한다”며 “위험한 불발탄을 해체하고, 파괴된 건물을 철거하고, 지역 주민에게 일자리와 주거를 무한정 공급하는 경제 발전을 일으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기 소유를 통해 중동 전역에 안정을 가져오겠다”고도 했다. 미군 주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청사진은 고급 주거지다. 지난달 가자지구를 “바다에 접해 있는 데다 날씨마저 최고인, 경이로운 곳”으로 묘사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가자의 잠재력은 믿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개발 이후엔 “중동의 리비에라(유럽 지중해 연안 유명 휴양지)”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선행 과제는 가자지구 주민 이주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람들(팔레스타인인)이 가자로 돌아가선 안 된다. 그곳은 지옥이었다. 그들에게 대안이 있다면 돌아가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제안은 220만 가자 주민을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영원히 추방한 뒤 그 땅을 점령하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서방 강대국들이 원주민 자치권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지도를 다시 그린 뒤 주민들을 이주시킨 시대를 연상시킨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땅을 내놓도록 팔레스타인인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그들이 떠난 가자지구는 누가 차지하는지 △결국 이스라엘이 영토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이 무슨 권한으로 가자를 장악하느냐’라는 질문에도 “수개월간 연구했고, 모든 각도에서 봤다. 중동의 다른 나라 정상들과 대화했고, 그들도 좋아했다”고만 답했다.

하지만 향후 점유가 유력한 집단은 이스라엘이다. 가자지구 재정착은 이스라엘 우파의 줄기찬 요구다. 현실화 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주권 국가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은 물 건너간다. 지금까지 미국이 줄곧 지지해 온 이 방안을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폐기하는 셈이다.

이스라엘 편들자니 사우디 딜레마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단체 기념 촬영 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악수를 제안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앞줄 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이 단체 기념 촬영 중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악수를 제안하고 있다. 오사카=로이터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나친 친(親)이스라엘 행보는 네타냐후 총리의 운신 폭을 넓혀주려는 의도일 수 있다. 그의 목표는 종전이다. 지난달 20일 취임사에서 평화중재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지난달 19일부터 교전을 멈추고 휴전 및 인질·수감자 교환 협상을 하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가 2단계(이스라엘군 철수), 3단계(영구 휴전)로 나아가려면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종식’을 촉구 중인 자국 연정 내 극우 파트너를 달래야 한다.

이스라엘의 역내 최대 라이벌인 이란의 약화를 유도해도 네타냐후 총리 입지 강화에 도움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란에 최대 한도 경제 제재를 부과하고 기존 제재 위반 대응을 강화하도록 재무부에 지시하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했다. 이 역시 네타냐후 총리를 협상 궤도에 붙잡아 두는 유인책이다. 각서에는 이란 석유 수출을 제로(0)화하는 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도 담겼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선거전 기간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對)이란 제재를 풀어 주는 바람에 이란 핵무기 개발이 진전됐고, 이란이 지원한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역효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내 대리 세력 쇠퇴, 서방 제재에 따른 내부 불만 고조 등에 직면한 이란 정권이 오히려 핵무장을 서두를지도 모른다는 게 안보 전문가들 우려라고 WP는 전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산산조각 낼 것이라는 보도는 매우 과장된 것"이라며 "나는 이란이 평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검증된 핵 평화 협의를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난제는 친미 성향 아랍 국가들의 반발이다. 가자 주민 정착지로 지목된 요르단과 이집트뿐 아니라 맹주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즉각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없이는 이스라엘과 외교 관계를 수립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사우디 관계 정상화는 2020년 본인 중재로 체결된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바레인·모로코 간 국교 정상화)을 확대해 노벨평화상을 받고 싶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중동 구상이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손성원 기자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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