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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와 커피 위기

입력
2025.02.08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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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나에게 한 자락의 휴식을… 당신을 즐겁게 하는 다양한 방법, 음식ㆍ커피ㆍ음악ㆍ스포츠 전문가가 발 빠르게 배달한다.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인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들이 커피 원두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평균 거래가격은 톤당 7368.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9% 급등했다. 뉴스1

커피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인 가운데 5일 서울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고객들이 커피 원두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아라비카 커피의 평균 거래가격은 톤당 7368.9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79% 급등했다. 뉴스1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비싸졌다’, ‘베트남 커피농장이 두리안밭으로 바뀌고 있다’, ‘브라질 생두 가격이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

커피 뉴스가 포털에 오르내리며, 로스터리 카페 사장님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생두 값은 수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올랐지만, 이제는 생두 생산량 자체가 걱정인 시대로 들어선 듯하다. 세계 최대 생산국 브라질의 가뭄, 2위 베트남의 재배 품목 교체로 커피 생산량이 급감하자 세계 시장이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창고에 묵혀두었던 브라질 생두까지 청소하듯 팔려나가는 것을 보는 마음이 심란하다.

커피 시장은 과거에도 여러 번 위기를 겪었다. 1970년대 커피나무가 녹병과 서리 피해를 보면서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었다. 반대로 너무 풍작이라서, 혹은 신흥 생산국 베트남이 급성장하면서 가격이 폭락한 적도 있다. 한데 최근의 생두 가격 폭등이 걱정스러운 이유는 환율이나 생산국의 경제 상황 같은 단기 변수에 더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주 원인이라는 점에 있다. 브라질 커피밭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수확량은 더욱 쪼그라들 것이다. 다른 생산지들 역시 예상치 못한 폭염·폭우로 품질과 생산성 저하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커피 전문가들이 생산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전 지구적 기후 환경의 역습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런 추세라면 변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저가 커피 시장은 언제까지 현재 방식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원두가 부족할 때마다 이를 해결해 보려는 시도가 종종 있었다. 커피와 비슷한 맛과 향을 구현한 ‘대체 커피’가 그것으로,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는 보리, 치커리, 버섯, 무화과 등을 활용해 대체 커피를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최근에는 AI 기술과 세포배양 기술을 접목한 ‘실험실 배양 커피’까지 등장했다. 원두 없이 커피 성분을 적정한 비율로 배합해 (진짜 커피의 맛과 향에는 못 미치지만 제법 유사한) 인공 커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직 초보 단계인 인공 커피는 환경적·경제적 이유로 인해 머잖아 시장 일부를 대체해 나갈 것이다. 다만 커피콩을 볶고 마시는 커피인으로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울적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기후위기는 빙하가 녹는 바람에 굶어 죽는 북극곰이나 해수면이 높아져 알을 낳지 못하는 바다거북만의 일이 아니다. 매일 마셔온 커피를 온전하게 마실 수 있느냐, 아니냐의 소중한 일상 문제이기도 하다.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당장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일까. 고민이 많다.


윤선해 ㈜후지로얄코리아·와이로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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