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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정은 신뢰할 만한 감정의 지표일까

입력
2025.02.14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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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듀센의 미소

감정과 무관하게 오직 전기자극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다양한 표정들. commons.wikimedia.org

감정과 무관하게 오직 전기자극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다양한 표정들. commons.wikimedia.org

인간은 최소 42개의 얼굴 근육을 수축 팽창하거나 비틀어 약 19가지 다른 형태의 웃음을 포함해 수천여 개의 표정을 지을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인류는, 거짓말 탐지기 테스트 결과를 법적 증거물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처럼, 표정 역시 개인의 감정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지표인지, 타인(의 마음)을 조종하기 위한 교묘한 도구 혹은 수단에 불과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인간의 존재론적 질문과 타자(세계)에 대한 궁극적 가치관에 닿아 있는 저 의문들에 19세기 프랑스 해부학자 듀센 드 불로뉴(Duchenne de Boulogne)는 ‘진짜는 있다’고 단언했다. 그는 진짜 미소는 눈을 감싸고 있는 안륜근의 수축으로 눈꼬리가 까마귀 다리처럼 구겨지기 마련이라며, 광대근육의 수축만으로 입꼬리만 들리는 ‘가짜 미소’와 구분했다.

감정-표현을 연구한 미국 저명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 1934.2.14~)은 1970년대 동료 학자들과 함께 방대한 표본을 분석해 표정 뒤에 숨겨진 감정을 읽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호언했다. 그는 듀센의 주장처럼 행복감에 겨워 짓는 진짜 미소를 식별할 수 있다며 그 미소를 ‘듀센의 미소’라고 명명했다. 예컨대 강아지들이 꽃밭에서 뛰어노는 장면을 볼 때 사람들이 짓는 미소와 끔찍한 화상을 입은 환자의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간호사가 짓는 미소는 뇌파의 차이뿐 아니라 표정만으로도 현저히 다르다고, 그 차이가 듀센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50년대 미국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진을 분석, 듀센의 미소를 지은 이들의 수명이 그렇지 않은 이들보다 유의미하게 길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좌뇌 전두엽 피질의 활성화를 동반하는 진짜 웃음의 수명 연관성을 밝혀내기도 했다.
하지만 듀센의 미소 역시 능란하게 위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진짜 행복한 사람들은 오히려 좀체 미소를 짓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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