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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다는 말에 만족하지 않기

입력
2025.02.11 19: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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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88년생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와 93년생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가 2030의 시선으로 한국정치, 한국사회를 이야기합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형형색색의 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 10차 범시민대행진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형형색색의 피켓과 응원봉을 들고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2030 세대에 대한 분석 기사가 쏟아진다. 비상계엄 직후에는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온 여성들에 대해, 탄핵 반대 여론이 결집하는 국면에 들어선 지금은 노인 세대의 전유물이라 여겼던 보수 집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남성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탄핵 찬성 여론이 거세던 초기부터 2030 세대가 새롭게 분화한 지금까지 기성 정치가 이들을 보는 시각은 어느 쪽에서든 '기특한 젊은 세대에 대한 칭찬'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야당에서는 응원봉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은 어른들이 어색하게 응원봉을 손에 쥐고 '빛의 혁명'이라며 광장의 여성들을 추켜세웠고 윤 대통령은 "청년들이 나라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해서 다행"이라며 옥중 칭찬을 이어가고 있다.

반대로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며 모든 논의는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해야 하는지로 수렴되는 모양새다. 야권은 빛의 혁명이라는 구호 이상으로 응원봉에 담긴 다양한 기대를 정치적 어젠다로 전환하지 못했다. 내란 우두머리를 단죄해야 한다는 일관된 메시지와 함께 국무위원 탄핵과 예산안 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민주주의와 반민주주의 전선에 집중해 윤 대통령 탄핵을 완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렇게 거대한 퇴행을 막고 나면 어떤 사회가 오는지는 얘기하지 않았다. 여당도 윤 대통령을 엄호하며 결집된 지지층에 대한 호소만 반복했다. 미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과 방향을 내어 놓는 정당이 없는 채로 지난한 적대 정치가 돌아왔다. 2030 세대가 정치 참여에 큰 의지를 가지고도 다시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어려운 무당층으로 돌아서는 이유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금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은 10년 전에도 주력 후보로 나왔던 인물이다. 새롭지 않다. 고등학교,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우리가 사는 세상은 비약적으로 바뀌었는데 선거 때마다 나오는 인물은 바뀌지 않았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2030 세대가 살아가야 할 사회적, 경제적 토대가 바뀌었지만 해결된 문제는 거의 없다. 'N포 세대'나 '수저론'은 이름만 바뀌어 되풀이되지 않나. 전세사기도 사라지지 않았고 경쟁 압박으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한다는 진단도 그대로 있다. 정치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상황이 심각해지다 보니 경제 활동 자체를 포기하는 고립 인구가 수십만 명에 다다르게 됐다. 정책만 보면 양당이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

후보가 바뀌고, 정권이 바뀐들 2030 세대를 거리로 나서게 만든 정치의 기본 토양이 달라지지 않으면 위기 때마다 거리로 나오는 정치가 반복된다. 요구가 좌절된 만큼 다음에 시민이 모이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만 더 커진다. 촛불 집회가 끝난 뒤 광장에는 긴 공백이 있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파가 없었다면 시민들이 모이기도 어려웠을 거다. 기특해하는 데서 만족하는 걸로는 부족하다. 대통령 후보와 정당에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 2030 세대를 위해 어떤 세상을 준비하고 있느냐고, 왜 우리는 이 정도의 정치적 결단과 리더십밖에 만들지 못했느냐고.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인재를 양성하고 미래를 대비하는 전략 기구이기도 한 정당의 집요한 반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할 거다.


곽민해 젊치인 에이전시 뉴웨이즈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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