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부품 수출 1년 새 37% 늘어
반도체 관세 당장 타격 없지만
미중 무역전쟁 유탄 맞을 수도
![11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https://newsimg-hams.hankookilbo.com/2025/02/12/cc9d067d-215a-4739-b673-647ac6b8e849.jpg)
11일 경기 평택항에 수출용 차들과 컨테이너 박스들이 세워져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이 전년 대비 8% 넘게 증가했다. 반도체 시장의 호황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의 수출 규모가 크게 확대된 영향이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부터 우려가 쏟아진다. 미국이 일찌감치 반도체 관세를 예고한 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유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2024년 4분기 및 연간 기업특성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한 6,837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3년 마이너스(-) 7.5%로 역성장한 이후 1년 만에 반등했다. 지난해 수입액은 전년 대비 1.6% 줄어든 6,321억 달러로 집계됐다.
수출 반등은 반도체, 대기업이 주도했다.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부품 수출액은 1,595억 달러로, 전년 대비 36.8% 급등했다. IT부품이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23년 18.5%에서 지난해 23.3%로 4.8%포인트 늘었다. 지난해 삼성전자 등 상위 5대 기업의 수출액도 1,985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 수출액의 29.0%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이후로 10년 만에 최고치다. 상위 10대 기업(2,503억 달러)이 차지한 수출액 비중도 36.6%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도 수출 호조 흐름이 이어질지는 장담하지 못한다. 당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며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관세도 검토 중"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반도체 수출액은 106억 달러로, 전체 반도체 수출액의 7.5%를 차지한다.
다만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돼도 당장의 타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인공지능(AI) 개발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의 90%가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해도 HBM 수요가 단기간에 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뜻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관세효과가 나타나려면 미국 내 대체상품이 생산돼야 하는데, HBM 등 메모리반도체는 그럴 수 있는 품목이 아니다"며 "관세가 부과돼도 우리나라 반도체는 큰 피해 없이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관세전쟁이 격화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중국산 수입품에 10%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등 미중 무역갈등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전자기기용 반도체를 수출하는 한국에 악재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미국의 4배가 넘는 32.8%에 달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국내 메모리반도체는 주로 중국발(發) 수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여서 중국의 수출이 부진해지면 한국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다음 주 수출전략회의를 열고 관세 피해 우려기업에 대한 지원과 수출 품목·지역 다변화를 논의하기로 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정부는 우리 산업과 수출 영향을 분야별로 철저히 점검하고, 선제적이고 빈틈없이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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