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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돌풍과 한국의 냄비근성

입력
2025.02.1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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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중국의 AI '딥시크' 돌풍에 대한민국이 난리법석이다. 지난해 향후 AI 분야에 3조800억 원의 5년 투자예산 계획이 마련되었음에도 여야 의원들은 긴급 전문가 회의와 소위원회를 열어 1조 원, 5조 원의 추경 예산을 부르짖었다. 코딩(2015년), 전기차(2022년), 우주항공(2024년) 인재 육성과 예산 확보에 열 올렸던 모습이 재연됐다. 딥시크로 디지털 인재가 100만 명이 필요하단다.

그런데 추경 예산의 근거나 저출산에 인재 조달 방법을 따져보는 이가 없다. 이미 2023년 우리 고교 재학생은 대입 정원보다 11만 명이 부족했다. 2026년 초등학교 취학 아동 수(2019년생)는 20만 명대로 떨어지는 추세인데도 말이다.

여야 의원들이 내던진 추경 예산은 중국을 포함한 AI 강국에 비하면 턱도 없는 수치다. 2023년 중국의 민관 합산 AI 투자 금액은 약 16조 원, 미국이 126조 원, EU가 20조 원이다. 중국 정부의 AI 연구개발(R&D) 예산은 3조 원에 불과하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의 테슬라, MS, 페이스북, 애플, 오픈AI뿐 아니라 유수한 투자금융사 등과 같은 기업 말이다.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도 장기적 안목이 없다. 딥시크의 주요 인력은 20년 전부터 양성된 중국 내부 대학 출신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MS까지 1998년에 MS리서치아카데미를 설립하며 가세했다. 중국이 반도체학과를 설립한 지도 10년이 넘었고, 우주항공 인력은 1950년대 후반부터 배양했다.

우리는 부족한 인재, 열악한 운영환경과 생태계를 탓한다. 그러나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 양산을 위한 자세부터 변해야 한다. 먼저 목표 의식이다. 대부분의 정부 사업 계획은 강대국의 것들을 나열한 수준이라 목표 의식이 없다. 우주항공청만 해도 우주강국 수준의 사업을 목표로 읊고 있다. 우리의 재정과 인력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다.

학벌로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우리의 학력지상주의 '마인드'가 변해야 한다. MS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오픈AI의 샘 올트먼과 그레그 브록먼 등은 대학을 중퇴한 고졸 학력자다. 이들은 아이디어와 논리를 제공하고 투자를 유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고졸 학력의 이들이 개발비를 확보할 수 있었을까? 중국 딥시크를 보며, 우리네 의사결정자가 깨어 있는 생각과 자세, 장기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아쉬움이 더욱 커진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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