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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소토와 콩고, 엇갈린 국제 정세

입력
2025.03.11 00: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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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편집자주

우리가 사는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알쓸신잡’ 정보를 각 대륙 전문가들이 전달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연설을 하고 있다. EP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의사당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연설을 하고 있다. EPA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삭감한 대외 원조 예산을 열거하다 충격적 예산 낭비 사례라며 “아무도 들어본 적 없는 아프리카 국가 레소토의 성소수자들을 (돕기) 위해 800만 달러를 썼다”고 발언했다. 남부 아프리카에 위치한 레소토는 에이즈 발병률이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은 성소수자들에 대한 인식 제고를 포함해 에이즈 보건 위생 관련 지원 원조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정부는 대외 원조는 예산 낭비라며 미국의 해외개발원조를 담당하던 국제개발처(USAID)도 사실상 해체했다.

트럼프 1기 아프리카 정책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는 프로스퍼 아프리카(Prosper Africa)와 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들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국 기업의 아프리카 내 상업 활동을 촉진해 미국의 경제 이익을 확대하고 중국 영향력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 이 프로그램이 유지될지 불확실하다. 트럼프 2기 미국의 아프리카 정책은 어떤 모습을 보일까?

당연히 미국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 내 평화 유지와 내전 해결 등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이나 공적개발원조는 축소하고, 역내 영향력 있는 국가를 위주로 양자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트럼프 2기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트럼프 상호 무역법’ 제정과 관련해 아프리카 국가에도 10~20%의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5년간 유지된 아프리카성장기회법(AGOA)을 갱신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AGOA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직접 수출할 때 관세와 쿼터를 면제하는 법률이다. 이 법은 올 9월 만료 예정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는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사례로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 파트너십(PGII) 프로그램 중 하나인 로비토 회랑 개편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잠비아를 거쳐 앙골라 로비토 항구를 연결하는 1,300㎞의 철도 물류망 구축사업으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서방주도 민간 컨소시엄이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철도를 통해 전기차 배터리 및 전자제품 제조, 청정에너지 기술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원자재 확보라는 경제적 이득에 더해 아프리카 광물 확보를 둘러싼 미중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2기에서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 아프리카 정책이 지역의 평화 정착보다 갈등을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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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빈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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