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보안 손님과 탄핵 대통령

입력
2025.02.21 16:00
수정
2025.02.21 18:23
18면
0 0

최순실 등 '보안 손님',박근혜 정권 국정 농단
윤석열 대통령 12·3 비상계엄에도 다시 등장
국무위원·노상원 '보안 손님', 출입기록 안 남겨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 심판 10차 변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스모킹 건’이었던 ‘보안 손님’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과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보안 손님은 신분 확인이나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고도 대통령 집무실이나 대통령 관저를 드나들 수 있는 특별한 방문객을 말한다.

박 전 대통령 보안 손님의 존재는 특별검사팀 수사 끝에 드러났다. 민간인 최서원(개명 전 순실) 씨는 A급 보안 손님으로 아무런 기록을 남기지 않고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을 무시로 드나들며 세월호 참사 대책 회의를 비롯해 국정운영 전반에 깊숙이 개입했다. 최씨와 최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로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등 미용성형 시술을 한 김영재 원장, 그의 부인 박채윤씨 등 3명이 A급 보안 손님이었다.

이들이 국정을 농단했다. 김 원장은 대통령 관저에서 최소 다섯 차례 보톡스 시술 등을 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부인 박씨 역시 김 원장과 함께 운영한 미용 의료기기 업체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이 중동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지원을 받고, 자격이 없음에도 국책기관에서 15억 원 연구 기금을 타내는 등 특혜를 받아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처벌을 받았다. ‘기 치료 아주머니’ 오모씨와 ‘운동치료’를 맡았던 ‘왕십리 원장’ 이모씨 등은 B급 보안 손님으로 관리됐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보안 손님이 찾아왔는데, 이번엔 윤 대통령 입으로 확인됐다. 윤 대통령은 18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9차 변론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를 두 시간 앞두고 국무위원 6명만을 대통령실로 부르면서 “전부 보안 손님으로 모시는 것으로 해서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정농단 수사에서 보안 손님의 활용 가치를 확인했던 걸까.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게 직접 전화해 “대통령실로 왔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도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는 “(대통령경호처) 수행 실장에게 물어보고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구체적 출입 방법까지 설명했다. 대통령실 본관을 담당하는 경호관을 철수시키고, 수행부 경호관을 배치하기까지 했다. 전례 없는 일이다.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누가 대통령실을 드나들었는지 알 수 없도록 사전에 치밀하게 조치한 것이다.

국무위원들을 보안 손님으로 모시다 보니 대통령실 안보실장조차도 계엄을 앞두고 국무위원들이 모인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할 수 있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이 헌법적 틀 안에서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됐고, 적법한 대통령 권한 행사라고 주장하지만, 애초 국무위원을 보안 손님으로 모신 것부터가 위헌·위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 아닐까.

보안 손님은 비단 국무위원뿐만이 아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비선 실세로 지목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도 보안 손님이었다. 대통령관저에 인접해 대통령 경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국방부 장관 공관을 여러 차례 은밀히 방문했다. 대통령경호처에서 출입 통제를 하는 곳이다. 민간인 신분인 노 전 사령관은 보안 손님 자격으로 지난해 9월 이후 22차례나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고 드나들 수 있었다. 비상계엄 선포 전날 밤과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찾아 비상계엄 실행 계획을 사전에 모의했다. 정보사령부 간부들과 롯데리아 햄버거 회동이 있을 때마다 김 전 장관 공관을 찾아 사전 협의했다.

박근혜 정권은 보안 손님이 국정을 농단했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보안 손님이 윤 대통령이 받는 내란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있다. 대통령 보안 손님이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면 신분과 출입 기록을 남기지 않도록 허용한 대통령 보안 손님 관련 규정은 없애는 게 맞다.

이동현 논설위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