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사태 전후 경찰 무전 속 '우왕좌왕' 정황
기동대 빠진 뒤 폭력 전조에도… 미온적 대응
현장 지휘관, 수차례 무전 답 없어 질책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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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서부지법에 지지자들이 진입해 난동을 부리자 경찰이 진압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 당시 경찰 현장 지휘가 원활하지 않아 혼선을 빚은 정황이 무전 기록을 통해 드러났다. 당시 경찰의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경찰청은 서부지법 사태와 관련해 최근 내부 감찰을 거쳐 '경력(경찰병력) 운용 미흡'이란 결론을 내고 관내 상황을 총괄하는 책임자인 마포경찰서 경찰서장과 경비과장, 정보과장에게 징계를 내렸다.
'후문 폭력 전조'에도 미온적 대응
25일 한국일보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부지법 폭력사태 당시 서울경찰청 지휘망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현장 지휘를 한 마포서 경비과장은 연락이 제대로 닿지 않는다며 서울경찰청 지휘부에 수차례 지적을 당했다.
오후 9시 10분쯤 서울경찰청 경비계장은 "마포무전망으로 지금 경력들이 계속해 마포 경비과장, 경비계장을 호출하는데 대답을 안 한다고 서울경찰청 상황지휘센터로 전화가 온다"며 "찾으면 대답을 하라"고 했다.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라 현장에 3개 기동단을 제외하고 경력이 철수한 상황이었는데, 법원 후문 쪽에선 시위자들이 기자를 둘러싸고 폭행하는 등 폭력의 전조가 포착됐다. 이에 서울청은 마포 경비과장에게 현장 상황을 파악해 경력을 재배치하고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별다른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고, 오후 9시 20분쯤 후문에 모인 인파 조짐이 심상치 않자 서울경찰청 경비과장이 6기동단장에게 "(정문의) 2개 기동대를 지휘해서 후문으로 재빨리 이동하라"고 지시한 뒤 마포 경비과장을 호출했다. 그러나 마포 경비과장은 6분간 응답하지 않다가 뒤늦게 나타났다. 이에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은 "무전기 수신 잘하라"고 한 뒤 "법원 주변에 15개 기동대가 근무 중이니 법원 앞 집회 관리와 후문 쪽 상황 관리를 어떻게 할지 판단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마포 경비과장은 "확인해 보고드리겠다"고 미온적인 듯한 태도를 보였고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은 "확인만 하지 말고 직접 지휘를 해서 집회 장소와 후문 상황관리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를 직접 지시를 하세요. 조치를 한 이후에 조치된 결과를 서울청에 보고를 하시란 말이에요"라며 거세게 지적했다.
폭동 후 우왕좌왕... "부르면 대답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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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 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지난달 19일 오전 경찰이 서부지법 후문에서 쓰러진 현판을 세우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 날인 19일 오전 3시쯤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시위대는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청 지휘부는 "후문에 경력 증가해서 수비를 잘하라" "후문 쪽으로 이동하는 시위자가 있다는 첩보가 있다"는 정보를 현장에 전달했다.
그러나 후문은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오전 3시 30분쯤 상급자인 서울청 공공안전차장까지 무전을 잡고 "더는 기물파손, 집단 불법행위 없도록 경력 빨리 들어가서 4인 1조로 검거 조치를 하라"고 지시했으나 전파되지 못했다. 마포 경비과장은 오전 4시쯤 두 차례나 답이 늦어 서울청 경비계장으로부터 "지휘센터 무전을 잘 들어라. 부르면 대답을 해야지"라는 말을 들었다.
법원 건물에서 나온 시위대가 재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을 폭행하는 상황도 현장지휘관이 아닌 기동단장 무전으로 오전 4시 30분쯤 최초 전파됐다. 이에 서울청 경비안전계장은 "마포 경비과장 그냥 보고만 있을 거예요?"라며 "집회 참가자가 지금 후문 쪽에서 쇠파이프 만들고 바리케이드를 쌓고 있는데 그런 상황을 하나도 보고를 안 하면 어떡합니까"라고 지적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과격해지고 있다"며 경찰 보호복 착용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파한 것도 현장 지휘관이 아닌 기동단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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