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마켓’ 가보니]
16년 만에 슈퍼마켓 리뉴얼
고소득층 겨냥 ‘초프리미엄’
트러플?캐비아 등 3대 진미
두리안?치즈 등도 커팅 판매
“프리미엄 시장 초격차 유지”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내 '신세계 마켓' 입구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어제(2월 26일) 저녁, 이탈리아에서 날아온 제품입니다.
2월 27일 서울 서초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 1층 '신세계 마켓'. 상품기획자(MD)가 전용 냉장고에서 생(生) 트러플(송로버섯)을 꺼내 보이며 이렇게 설명했다. 명품 트러플 브랜드 '타르투 프랑게' 제품이다. 닷새 전인 23일 이탈리아 현지에서 채취해 이튿날 비행기에 올라 사흘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트러플이 소량 함유된 오일∙페이스트 등 가공 식품은 어디에서나 쉽게 살 수 있지만 생트러플은 백화점에서조차 접하기 쉽지 않다. 희귀 재료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트러플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푸아그라, 캐비아가 판매되고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국내에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는 고급 숭어알과 연어알도 준비했다"고 했다.

신세계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생트러플 모습. 가격은 30g 기준 9만 원이다. 박준석 기자
이곳은 신세계백화점이 기존 강남점 슈퍼마켓을 새로 단장한 공간이다. 슈퍼마켓 재단장은 2009년 이후 16년 만이다. 서울권 백화점 중 가장 넓은 약 1,980m²(약 600평) 규모를 갖췄다. 2024년 10월 회장으로 승진한 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처음 선보이는 매장이다. 소득 수준이 높은 고객이 많은 상권 특성을 고려해 백화점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 상품으로 매장을 채웠다. 사과∙딸기 같은 흔한 과일조차 최상급 과일을 생산하는 농장과 직접 계약(셀렉트팜)해 공수한 초(超)신선 제품만 진열됐다. 채소∙수산∙정육 또한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볼 법한 식재료가 많았다. 브로콜리니 같은 해외에서 직송한 특수 채소나, 제주 해녀가 채취한 전복∙뿔소라 등 해산물이 대표적이다.
VIP 고객을 겨냥한 맞춤형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양곡 코너에 있는 '쌀 방앗간'에서는 껍질이 그대로 남아 있는 현미부터 3∙5∙7∙9분도, 백미까지 원하는 수준으로 쌀을 도정할 수 있었다. 원하는 식감 등을 말하면 쌀 전문가인 '밥 소믈리에'가 도정 정도를 추천하는 식이다. 또 가다랑어∙디포리∙멸치부터 고급 식재료인 보리새우, 키조개관자, 참게까지 총 21가지 건어물∙건채소 중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즉석에서 분쇄해 티백(육수팩) 형태로 만들어주는 '즉석 육수' 코너도 마련돼 있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일반 육수팩은 어떤 품질의 원재료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다"며 "어린 자녀에게 건강한 육수를 먹이려는 부모들이 많다"고 했다.

신세계마켓 내 즉석 육수 제조 공간 모습. 박준석 기자
세심한 서비스도 돋보였다. 수산 코너에 해산물의 비린내를 차단하는 유리 쇼케이스를 국내 최초로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또 수박∙두리안 같은 과일을 먹기 좋게 소분해주거나 덩어리 치즈∙꿀∙원두 등을 원하는 만큼 소량씩 살 수 있는 코너도 마련됐다. 백화점 관계자는 "보통 치즈는 200g 이상 포장된 완제품을 파는 게 일반적이지만 신세계 마켓에서는 업계 최초로 소분 판매 방식을 도입했다"고 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난해 식품관 리뉴얼을 시작해 '스위트파크(디저트)' '하우스오브신세계(푸드홀)'를 완성하고 연간 거래액 3조 원을 조기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건강식품∙델리 매장 리뉴얼이 완료되면 축구장 3개 크기(약 2만 m²)에 달하는 국내 최대 식품관이 완성될 예정이다. 김선진 신세계백화점 부사장은 "프리미엄 수요와 글로벌 백화점의 위상에 부응하는 초격차 경쟁력을 확고히 해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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