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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산다" 이영자와 김숙은 왜 연애 방송을 찍었나

입력
2025.03.09 10:0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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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KBS2 '오래된 만남 추구'

편집자주

K컬처의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김윤하, 복길 두 대중문화 평론가가 콘텐츠와 산업을 가로질러 격주로 살펴봅니다.

KBS2 연애 예능 프로그램 '오래된 만남 추구'에 출연한 김숙. KBS2 방송 캡처

KBS2 연애 예능 프로그램 '오래된 만남 추구'에 출연한 김숙. KBS2 방송 캡처

이제 모두가 안다. 연애 리얼리티에 사랑만 찾기 위해 출연하는 사람은 없다는걸. 오죽하면 서바이벌 프로그램 '슈퍼스타 K'와 '쇼미더머니'에 나갔을 사람들이 이젠 연애 리얼리티에 몰린다는 말이 나올까. 인기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시대에 연애 리얼리티는 인플루언서 리그에서 펼쳐지는 하나의 미니게임이다. 하지만 나는 연애 리얼리티의 그러한 ‘진정성 없음’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명분으로 영향력을 얻기 위해 분투하는 출연자들의 태도 역시 자신의 삶에 대한 진정성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유미동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KBS2 연애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 커플이 된 황동주와 이영자. KBS2 방송 캡처

KBS2 연애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에서 커플이 된 황동주와 이영자. KBS2 방송 캡처

그래서 KBS2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는 새삼 특별하게 느껴진다. 중년 연예인들의 만남을 다룬 방송의 출연자는 이영자, 지상렬, 장서희, 구본승 등 이미 유명한 연예인, 즉 오래된 인플루언서들이다. 인지도를 얻는 것은 그들에겐 전혀 새로운 목표가 아니기에, 다른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날 것의 감정들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비연예인들의 연애 리얼리티가 인지도 싸움이 되면서, 오히려 연예인들의 리얼리티가 더욱 진실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인 셈이다.

방송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이영자와 황동주의 관계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영자가 이상형이었다고 밝힌 황동주는 상대를 고를 때마다 주저 없이 이영자를 선택하고, 데이트 내내 그를 세심하게 챙기며 일관된 호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영자는 그의 호의를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하며 번번이 응답을 주저한다. 예측하지 못한 저돌적인 사랑 앞에서 ‘거물 코미디언 이영자’와 ‘50대 여성 이유미’ 사이의 혼란은 하나의 드라마가 되고, 덕분에 방영 내내 ‘유미동주’의 이름이 수많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도배되었다.

사람들은 왜 ‘유미동주’를 응원했을까? 비슷한 시기 두 번째 시즌을 시작한 Mnet '커플팰리스'를 본다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커플팰리스2'에서 연애와 결혼은 철저히 ‘조건’으로 계산된다. 외모, 연봉, 자산, 집안 등 다양한 조건을 공개한 참가자들은 상대에게 이를 요구하며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다. 그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대화조차 나누지 않는, 현실적인 결혼관을 기반으로 상대를 고른다. 만남과 사랑 뒤에 당연한 듯 ‘결혼’을 놓으니 사람들은 ‘적령기’와 ‘가임기’를 논하고, ‘의사 집안’과 ‘한강뷰 아파트’를 거래하며 모멸감을 공유한다. 이렇게 노골적인 ‘중매’가 버젓이 방영되고 있으니 그 조건에서 탈락한, 아니, 그 조건들을 초월한 중년의 연애는 응당 환호하고 싶은 사랑이 된다.

중년의 관계 맺기

중년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KBS2의 연애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

중년 연예인들이 출연하는 KBS2의 연애 예능 '오래된 만남 추구'.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나에겐 작품 외적인 질문이 하나 생긴다. 방송을 기획한 이들은 김숙과 송은이다. 직접 콘텐츠를 제작해 직업 코미디언으로서 자신들의 위기를 극복한 두 사람은 직접 비혼을 선언한 적은 없지만 “여자는 결혼을 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과 거리를 두고 비혼여성의 자립을 지속적으로 긍정해 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런 두 사람이 왜 이런 연애를 소재로 방송을 만든 것일까?

김숙과 송은이의 위치에서 본다면 이 방송은 만남을 주선하기보다는, “중년이 된 사람들은 주변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을까?”에 질문을 던지는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그들은 연애를 단순히 결혼의 전 단계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만남 자체가 하나의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묻고, 그로 인해 내 삶에 발생하는 파동을 스스로 어떻게 컨트롤할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이 설파해온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그러한 삶이 모두와 단절되는 것을 뜻하지는 않기에, 이들의 주선은 ‘혼자서도 잘 살기 위한 관계 맺기’에 가까운 것이다.

결혼을 결심한 이들은 최상의 선택지를 찾고 싶어 한다. 휴대폰이나 자동차를 구매하듯 스펙을 비교하고 이익과 손해를 따지면서 ‘이 조건이면 평생 행복할 수 있겠지’하는 믿음을 위해. 그러나 인간이 맺는 관계의 형태는 다양하며 조건은 절대적일 수 없다. 중년에도 새로운 사랑과 관계를 탐색할 수 있다는 오만추의 사랑은 우리의 삶을 ‘적령기’에서 오는 우울로부터 해방하고 있다.



복길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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