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세·고려대 의대, "휴학 시 제적 등 학칙대로"
의대 학장들 "24·25·26학번 동시 교육은 불가"
대학들, 의대생 설득 노력…학생 등에 서신 보내
"의협, 정부 '백기'에도 지나친 몽니 부린다" 비판

지난 10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의과대학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시스
"수업 거부 학생들을 전원 이달 안에 복귀시키면 내년 의대 증원 규모를 '0명'으로 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받아낸 의대 학장들이 강경책을 꺼내고 있다. 학생들을 최대한 설득해보겠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적시킬 수 있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엔 "트리플링(24·25·26학번에게 동시에 같은 학년 교육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되면 의대 교육이 완전히 무너져 제대로 된 의사를 배출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 있다.
신호탄을 쏜 건 연세대 의대다. 11일 의학계에 따르면 최재영 연대 의대 학장은 최근 지도교수들에게 전달한 유인물을 통해 "이달 24일 이후 학생들의 추가 복귀 일정은 없다"며 학생들에게 돌아올 것을 최대한 설득하되 복귀 의사가 없는 학생은 등록 후 휴학을 권유하도록 안내했다.
연대 의대 측은 "등록한 뒤 휴학 신청을 하면 유급이 되지만 등록 없이 휴학을 신청한다면 제적 처리하도록 학칙에 나와 있다"며 "수업 거부를 하려는 학생은 등록이라도 해 제적은 피하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등록 기한은 오는 21일까지이며 미등록 휴학생에게는 이달 24일 미등록 제적 예정 통보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11일 교수들에게 서한을 보내 "학생들이 오는 27일까지 휴학을 철회하고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며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비가역적인 미등록 제적 또는 유급 처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학장은 지난해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은 고려대 등 서울 소재 8개 대학 학장단이 의대 수업 거부에 대해 학칙대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의대 관계자들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교육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작년에 휴학한 24학번과 올해 신입생인 25학번까지 약 7,500명을 동시에 가르치는 '더블링'은 교육 과정을 재설계하거나 계절학기 등을 활용해 간신히 수업을 해볼 수 있지만 휴학 사태가 이어져 26학번까지 총 1만 명이 넘게 쌓이면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 이종태 이사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의학 교육 과정 중에는 모의 환자를 대상으로 의술을 익히는 등 실습 교육이 많아 대규모 수업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의대 교육은 학교뿐 아니라 병원에서도 이뤄지기에 제약이 많다. 해부학, 생리학 등 의사로서 기본 역량을 키우는 중핵 과정조차 제대로 가르칠 수 없어 의대생들이 기본 소양을 쌓지 못한 채 대거 졸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귀 디데이'가 3주도 채 남지 않자 각 의대들은 학생 설득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가톨릭대 의대는 10일 학생들에게 공지해 "오는 24일까지 지도 교수와 상담을 거쳐 휴·복학 여부를 결정해달라"고 전했다. 다른 대학들도 의대 학장 등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서신, 문자를 보내 복귀를 설득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의대 학장은 "학생들의 움직임이 아직은 없다. 선후배나 동료의 결정, 사회 분위기 등을 본 뒤 복귀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협, 내년 모집인원 감원하기 위해 정부 압박"
한편, 의대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는데도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생 복귀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의협은 정부안이 발표된 지난 7일 낸 입장문에서 "제시된 내용으로는 교육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바꾸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인 박단 의협 부회장도 "정원도 아니고 (2026학년도의) 모집 인원을 바꾼 것뿐이라 '(문제를) 덮어놓고 돌아오라'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의협이 지나친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전직 의대 학장은 "의협이 의대 교육 전문가인 학장들이 만든 안을 대안도 없이 깎아내리는 건 도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택우 회장이 정부를 더 압박해 내년 의대 모집 규모를 동결이 아닌 감원하려는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