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 데 아라과' 단원 의심자들
비행기 실려 군사작전하듯 이송
전날 "항공기 회항" 법원 명령에도
"이미 미국 영공 아냐" 추방 강행

엘살바도르 산루이스탈파에 소재한 초대형 감옥 ‘세코트'(CECOT·테러범구금센터)로 미국에서 추방된 트렌 데 아라과 갱 단원 혐의자들이 이송되고 있다. 산루이스탈파=EPA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적용, 베네수엘라 갱 단원으로 의심되는 이들을 추방했다. 같은 날 내려진 이민자 추방에 해당 법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법원 명령은 사실상 무시됐다. "사법부의 결정을 어긴 것은 대통령 탄핵 사유"라는 반발까지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는 명령 발효 당시 추방자들을 실은 항공기가 미국 영공을 벗어난 상황이라 위법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판사 명령에도 추방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미국 내 베네수엘라 갱인 '트렌 데 아라과'의 단원으로 의심되는 200명가량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제임스 보스버그 워싱턴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외국인 추방령 중단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대상자들을 태운 비행기가 이륙 또는 비행 중이라면,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든 미국으로 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명령했음에도 추방이 이뤄졌다.
추방된 이들은 곧장 엘살바도르 정부가 운영하는 초대형 감옥 '세코트'(CECOT·테러범구금센터)에 구금됐다. 지난달 3일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미국에 구금된 불법 이민자들을 국적에 상관없이 수용해 주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불법 이민자라도 본국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란이 불거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법원 명령 시 이미 미국 벗어나"

엘살바도르 경찰이 엘살바도르 산루이스탈파에 소재한 엘살바도르 국제공항에서 미국 정부에 의해 추방된 베네수엘라 '트렌 데 아라과' 갱 단원 의심자들을 비행기에서 끌어내리고 있다. 산루이스탈파=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추방은 법원 제동을 회피하기 위해 은밀히 진행됐다.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적성국 국민법을 이용한 추방 행정명령에 서명해 놓고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과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장관이 물밑에서 이번 움직임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백악관 관계자들은 "행정명령 발효 사실이 다음 날 유출된 뒤 비행기를 이륙시키기 위한 '광란의 출격'이 이뤄졌다"고 액시오스에 전했다. 이후 연방 법원이 항공기 회항을 명령했을 때 해당 항공기는 이미 멕시코 유카탄반도를 벗어난 상황이었다. 트럼프 행정부 변호사들이 항공기가 이미 미국 영공을 벗어나 연방 법원의 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 추방자를 태운 항공기는 회항 없이 엘살바도르로 향했다.
"사법부 무시는 탄핵사유" 지적도
추방 사실이 알려지며, 트럼프 행정부가 사법부의 명시적 명령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트럼프 비평가로 활동한 국가안보 분야 변호사 마크 S. 자이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법원 명령이 무시됐다. 이제 진정한 헌법적 위기가 시작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 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행정부는 법원 명령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법원 명령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에서 추방된 후에 내려졌다"는 주장이다. 또한 레빗 대변인은 연방법원은 대통령의 외교 업무 수행에 관할권을 가지지 않는다며 "법적 근거가 없는 명령이었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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