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中과 함께 주요 무역적자국 지목
비관세장벽 거론… “고집 부리면 관세”
日도 처지 비슷… 캐나다·프랑스 공조
트럼프 “시진핑 머지않은 미래에 방미”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7일 워싱턴 백악관으로 들어가던 도중 잠시 취재진과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앞두고 한국의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백악관 최고위 경제 참모가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익을 많이 챙겨 가는 대표적인 나라로 유럽·중국과 함께 한국을 콕 집어 언급했다.
관세·비관세장벽 다 찍힌 韓
케빈 해셋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 인터뷰에서 미국이 매년 꾸준히 적자를 보는 상대로 유럽과 중국에 이어 한국을 지목했다. 이어 “이런 무역 적자가 존재하는 것은 그들이 미국 기업들로 하여금 경쟁하기 어렵게 만드는 비관세장벽과 높은 관세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해셋에 따르면 협상 타결 방법은 간단하다. 대미 무역 흑자국들이 당장 모든 장벽을 낮추는 것이다. 그는 “우리는 많은 나라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에 호의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유연하다”고 말했다. 그에게 문제는 고분고분하지 않은 나라다. “(장벽을 낮추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나라도 많을 텐데, 그들은 관세를 물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미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상대국으로 중국과 유럽이 언급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 흑자 규모 상위 1, 2위가 중국(2,954억 달러·약 428조6,000억 원)과 유럽연합(EU·2,356억 달러·약 341조8,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한국이 꼽힌 것은 의외다. 대부분 교역이 무관세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데다 무역 흑자(660억 달러·약 95조8,000억 원) 순위도 9위에 머무른다. 그런데도 트럼프가 4일 의회 연설에서 '미국의 4배나 되는 고관세 국가'로 한국을 찍었고, 이날 해셋이 다시 비관세장벽 철폐 대상 표적처럼 거론한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나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제한 등이 상호관세 협상 때 폐지 압박이 예상되는 비관세장벽이다.
한국처럼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인 일본도 처지가 비슷하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상호관세 참고용으로 벌인 조사에서 주일미국상공회의소(ACCJ)가 자동차 안전 기준, 스마트폰 관련 디지털 규제 등 6개 분야를 비관세장벽으로 지적했다고 18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각각 미국의 북미와 대서양 동맹인 캐나다와 프랑스는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맞서 연합 전선을 구축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취임(14일) 뒤 첫 순방국으로 프랑스를 골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대미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中, 내수 진작으로 자구 노력

2019년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반면 미국의 패권 경쟁국인 중국은 겉보기엔 별 동요가 없는 모양새다. 미국이 지난달과 이달 초 대중 관세를 잇달아 10%씩 상향한 결과 현재 중국산 제품에 매겨지는 관세는 기존 25%에 더해 평균 45%에 이른다. 중국도 트럼프 관세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 농축산물 등에 대해 10~15%의 관세를 매기고 있지만 내수 진작에 더 주력하고 있다. 해셋은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이 미국에 막대한 수입을 안겨 주고 있지만 중국이 많이 바뀔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백악관 공동취재단에 따르면 트럼프는 17일 미국 워싱턴 케네디공연예술센터를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을 방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상에 근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미국 재계는 체념한 모습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애초 트럼프가 관세를 협상 수단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믿었던 기업들이 관세 자체가 트럼프의 목적임을 깨닫고는 철회 기대를 접고 있다고 17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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